군 당국이 트렌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검토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성전환자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올해 안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군 복무 중 성전환을 한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조치가 위법 판결을 받으며 국방부는 연구용역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하는 등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이날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성전환 후 변 전 하사의 상태를 남성 기준이 아니라 여성 기준으로 한다면 전역 처분 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육군 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성전환수술비용 지원 등과 관련해 연구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없는데 이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바 있다.
국방부와 육군은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군은 그간 변 하사의 전역 조처가 관련 법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이날 법원에서도 육군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 본 만큼 앞으로 입장 변화가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당시 변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육군총장에 전역 처분 취소를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도 이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권위는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면서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부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수술한 원고에 대해 '남성 성기 상실 등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본 군인사법 처분 자체가 위법이라는 취지로 판결해 인권위의 결정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해외의 경우 이스라엘을 비롯한 약 20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유일하게 성전환을 위한 호르몬 치료 및 가슴 수술을 한 사람 등에 한해 군 복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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