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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푸틴에 맞선 참 언론인...'언중법 사태' 韓에도 경종

[노벨 평화상 레사·무라토프 공동수상]

34년간 탐사기자로 활동한 레사

필리핀 마약전쟁 참상 전세계 알려

무라토프는 러 유일 독립언론 설립

살해된 6명의 기자들에 영광 돌려

노벨위 "표현 자유 수호 높이 평가"

/사진 제공=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올해의 노벨 평화상은 정권의 탄압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언론인 2명에게 돌아갔다.

8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21년 노벨 평화상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6)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민주주의와 항구적 평화의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팩트에 기반한 저널리즘은 권력 남용과 거짓말, 전쟁 프로파간다에 맞설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대중을 깨어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레사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 언론의 사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노벨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권력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인 우리 정치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지난해 최대 방송사인 ABS-CBN의 송출 중단 처분을 내리고 정부가 언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등 언론 탄압이 심하다. 사실상 독립 매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러시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권위주의 정부에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 처방을 실행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팬데믹이 표현의 자유와 다원성을 침해하는 구실이 되지 않도록 모두 감시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벨위원회도 국가 중심으로 정보를 모으고 통제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데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 마리아 레사 /AP연합뉴스




레사는 필리핀 출신 저널리스트로 34년간 탐사 전문 기자로 활동해왔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영문학 학위를 받고 지난 1987년 CNN 마닐라지국장으로 부임한 뒤 1995년까지 활동했다. 2005년까지 CNN 자카르타지국장으로 일하며 전 세계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상황을 알렸다. 현재는 폐쇄된 ABS-CBN의 뉴스 부문 책임자로 일하며 인터넷을 통한 테러리즘 확산 문제를 집중 연구해 ‘빈라덴에서 페이스북까지’를 펴내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2년 필리핀의 인터넷 기반 탐사 저널리즘 매체인 ‘래플러(Rappler)’를 창간하고부터다. 2016년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 후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지지자를 결집하고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게 가짜 계정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에도 정권을 향한 비판의 칼날을 멈추지 않았다.

두테르테 정권이 벌인 마약 세력 소탕 작전인 이른바 ‘토캉(Tokhang)’으로 1만 명이 넘는 무고한 이들이 희생된 점을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 두테르테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당해 벌금형 선고를 받는 등 고초를 치른 그는 법정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이번 사건은 래플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의 일”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필리핀 시민으로서 당신이 가진 모든 권리의 기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사는 2018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고 올해 4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019년 레사의 행보를 두고 “저널리스트와 대통령이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드미트리 안드레예비치 무라토프 /로이터연합뉴스


무라토프는 1993년 러시아 반(反)정부 성향의 독립 매체 ‘노바야가제타’를 창립해 1995년부터 24년 동안 편집장으로 일했다. 노바야가제타는 러시아의 사실상 유일한 독립 언론으로 꼽힌다. 노벨위원회는 “팩트 기반 저널리즘과 직업적인 진실성으로 다른 언론 매체에서는 전하지 않는 러시아 사회의 비난받아야 마땅한 이면을 다룬다”고 강조했다. 무라토프가 이끄는 노바야가제타는 부정부패나 경찰의 불법행위, 선거 부정, 친(親)정부 댓글부대 등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어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기자 6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무라토프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이번 노벨 평화상은 나 개인이 아닌 노바야가제타에서 일하다 숨진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텔레그램 뉴스 채널 ‘포디옴’에 "우리는 현재 억압받는 러시아 저널리즘을 계속 대표하겠다"며 "외국 첩보원으로 낙인찍혀 공격받고 쫓겨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이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최근 군이나 정보기관의 문제를 보도하면 외국 첩보원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규정을 만든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노벨위원회는 “무라토프는 기자 6명이 살해된 와중에도 언론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한 언론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언론인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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