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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 "창업, 오징어게임처럼 처절하게 올인해야 성공"

[제1회 대학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서울대]

"실패땐 죽는 것 같은 스트레스

비상플랜 짜고 회복탄력성 길러야"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이 12일 열린 '제1회 대학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서 오징어 게임에 빗대 창업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미켈란젤로처럼 뭘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가 강렬한 사람에게 창업을 권합니다.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처럼 처절하게 올인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과학 대중화를 위한 카오스재단을 이끄는 이기형 카오스(KAOS) 공익재단 이사장 겸 인터파크홀딩스 회장은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서 “창업에 실패하면 죽는 것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단단한 각오를 주문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82학번인 그는 1996년 데이콤(LG유플러스가 인수) 사내 벤처인 인터파크에 참여했다가 온라인 종합 쇼핑몰로 키웠다. 이후 인터파크의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했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자 바이오 사업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아예 인터파크 매각을 추진해 야놀자를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창업하면 생각보다 시장이 작고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돈이 빨리 없어진다. 핵심 인력도 흔들리고 성공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 버텨야 한다”며 “정치·사회적 규제나 환경 변화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전제했다. 이어 “식당을 열 경우 잘하는 주방장이 나가 버려면 망한다. 삼고초려를 해도 쉽지 않다”며 “자신이 주방장이 되든지, 핏줄을 주방장으로 두든지, 주방장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느끼게 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어렵기는 하지만 대담한 도전의 결과가 아주 짜릿해 해볼 만한 게 창업이라며 창업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처음에 사내 벤처에서 다른 대기업과 제휴했는데 잘 안됐다. 이후 회사에서 ‘IMF 사태라 돈 못 대겠다. 다시 회사로 들어오라’고 했다”며 “그래서 ‘언젠가 갚을테니 회사를 외상으로 달라’고 했다. 그렇게 오너가 된 뒤 50군데 이상 벤처캐피털(VC)을 찾아 다녔지만 투자 유치가 힘들었다. 당시 우체국 쇼핑몰 용역도 하고 티켓 시스템도 만들며 버텼다”고 술회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에는 ‘아마존과도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e커머스 시장에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경쟁에 너무 시달렸다. 재벌 대기업이 다 할 수 있다고 뛰어들었다”며 “돈이 되는 사업은 교수나 연구원처럼 내 기술이 아니면 기업들이 대부분 검토한다”고 꼬집었다.



12일 열린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서울대편에서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홍용택 서울대 창업지원단장,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이 기업가 정신 고취를 염원하며 웃으면서 손뼉을 치고 있다./오승현 기자


12일 열린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서울대편에서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 홍용택 서울대 창업지원단장이 기업가 정신 고양과 창업 활성화 방안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근 바이오 사업에 나선 그는 “의료기기 쪽은 기존 시장을 대체하려면 수율이 30~50% 이상 좋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약물을 개발해 팔고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고 큰 글로벌 마켓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좀 길게 보고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공 장기를 만드는 오가노이드 같은 바이오 분야에 대해 투자하고 있다.

이날 그는 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창업 초기에 자금이 필요할 때 부모님이나 친구의 돈을 택하면 망하기 쉽다”며 “힘들더라도 액셀러레이터나 VC 등 유치하기 쉽지 않은 자금을 구해야 한다. 계속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창업자가 절체절명의 굳센 의지를 가져야 하고 비상 플랜도 짜고 실패하더라도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같은 금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단계별로 돈을 대준다”며 “우리도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자생적으로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 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교수직을 유지한 채 올인하지 않는데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교수 창업자 중에는 아이디어성이 많고 기술도 보편적 기술에서 뭔가 하나 바꾸면 기존보다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어렵기는 하나 기본적인 것을 혁신하면 나중에 큰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날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창업하려면 절실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월급 받고 졸로 살 것이냐, 아니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오너로 살 것이냐 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110여 명의 석·박사 제자 중 베트남 제자가 귀국해 성공했으나 국내 제자들은 창업을 기피하는 게 일반적 분위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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