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003920)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회장이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해 경영권 매각에 시간 끌기로 대응하자 이를 최대한 저지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 홍원식 회장 측이 의결권을 행사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은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해 오는 29일 임시주총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8월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한 한앤컴퍼니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따른 인수자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본안 소송 전 견제구를 던진 측면이 있다.
홍 회장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계획이다. 그동안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홍 회장 어머니 지송죽 씨,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 등 오너 일가로 채웠지만 홍 회장이 이사회 재구성을 예고하면서 내부 임직원들을 올린 것이다. 사내이사 신규 이사 후보는 김승언 남양유업 수석본부장과 정재연 세종공장장, 이창원 나주공장장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종민 법무법인 오른하늘 대표 변호사가 추천됐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을 포함한 기존 오너 일가의 이사회 퇴진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 및 남양유업의 정관상 등기 이사는 3인 또는 그 이상을 두도록 규정돼 있다. 6인 등기이사 중 3인까지는 언제든 자발적 사임이 가능한 구조다.
오너 일가의 퇴진이 없다면 이사회 재구성을 통한 경영 쇄신 약속은 사실상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사내이사 중 외부 인사는 없고, 홍 회장의 경영 활동을 도와온 인사들 일색이어서 쇄신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다. 김 수석본부장 역시 올 해 남양유업 경영혁신위원장을 맡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내부 인사라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원매자에 신속히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홍 회장의 대외 약속과 달리 신임 이사 후보들의 임기는 3년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속한 경영권 매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장기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를 함부로 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 조치를 당하고 소비자 불매 운동의 타킷이 된 바 있다. 이에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 후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매각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한앤컴퍼니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철회해 수백억원대 소송전으로 번지며 대리점과 주주에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홍 회장은 이달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대리점, 종업원 등이 같이 혜택을 보기 위해 (매각을 위한) 제3자를 찾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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