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21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주제 강연자로 나선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반경쟁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규제로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논문을 꼽았다. 소비자의 효용을 넘어 시장구조적인 차원에서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 소장은 “빅테크의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독점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므로 반독점 규제 강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서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거대 플랫폼 기업과 같은 반경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약탈적 가격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여하고 이해 상충 가능성을 엄격 심사하는 등 반독점 규율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터넷망과 같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필수 인프라에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며 “누구는 못 들어간다거나 누구만 싸게 이용한다는 등 차별적인 대우를 막고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필수 설비 규제 이론’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 설비 규제 이론은 핵심적인 인프라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하되 자유로운 접근은 보장하는 것으로 금융위원회에서 과거 오픈뱅킹을 처음 도입할 때 이론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소장은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규율 방안에 대한 참고 사례로 지목한 것은 칸 위원장의 2016년 박사 학위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다. 칸의 논문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키워 공정한 경쟁을 해칠 때 정부와 법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골자로 한다. 이 논문에서 칸은 현재의 반독점법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독점화를 판단해 새로운 경쟁자를 막는 것을 용인해왔다고 봤다.
‘최저가’를 내세워 소비자에게 이득을 가져다 줘 독점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플랫폼 기업에 종속돼 의존도를 높이는 문제를 유발했다. 특정 소비자·공급자에게 손실과 비용을 전가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칸은 이 같은 문제를 막는 방향으로 플랫폼 기업에 반독점 규율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칸의 논문을 번역해 최근 금융 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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