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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도 우리와 같은 직업인…'사람'의 이야기 담았어요"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로 뭉친

연출 윤재원·음악감독 장영규·안무 손인영

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장영규 음악감독(왼쪽부터),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사진=국립극장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한 샤머니즘

'서로에게 건네는 안부'로 재해석

내림굿의 전형적 이미지도 떨쳐내

국립무용단이 오는 11일 초연하는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다정한 제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소재인 ‘내림굿’을 다룬다. 그러나 ‘굿’ 하면 으레 떠올릴법한, 신기(神氣) 가득한 ‘무엇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 명의 직업인으로 풀어낸 무당(샤먼)과 그 삶으로의 입문을 의미하는 내림굿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그 전형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다른 무대’를 위해 틀 깨는 시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해 온 세 사람이 뭉쳤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로 참여한 윤재원(연출·미술감독), 영화음악 감독이자 밴드 이날치의 멤버로 활약 중인 장영규(음악감독), 그리고 새로운 시도로 한국 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온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손인영(안무)이다. 개막을 앞두고 국립극장에서 만난 세 사람은 “전형적인 굿이 아닌, (그 의식의) 일상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화두”라고 입을 모았다.

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장영규 음악감독(왼쪽부터),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사진=국립극장


각자의 분야에서 남다른 시도로 호평 받아 온 세 사람이기에 파격적인 주제와 맞물린 이번 만남은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윤 연출은 작품의 큰 방향과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며 소재가 지닌 ‘일상과의 이질성’을 극복했다. 그는 “샤먼은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왔고, 지금도 존재하는 직업인데 이들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며 “샤먼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업인으로 조명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목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거나 미해결 문제를 만났을 때 무당을 찾아가고, 그들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 마음이 풀리기도 하잖아요. 그분들이 하는 일이 이런 단순한 인사를 건네주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인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 보이는 세계를 오가는 무당 본인을 향한 것이요, 소명을 받아 저 마다의 삶을 이어가는 개개인에 건네는 안부로 확장된다.

이 같은 명확한 지향점은 “굿 음악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렵고 두려웠다”는 장영규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음악의 콘셉트를 묻자 그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흔히 기대할 법한 에너지 넘치는 음악은 없을 예정입니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음악을 예고한 그는 “지금 만들어진 음악은 실제 굿에서 음악이 하는 역할을 하나도 안 한다”며 “내림굿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이 그들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굿에서 목소리가 지닌 힘을 담아내기 위해 가사 있는 노래도 한 곡 만들었다. 무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이 곡은 장 감독이 멜로디를, 윤 연출이 가사를 만들었고, 이날치 멤버가 노래를 불렀다. 장 감독은 “관객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겠다 싶어 무가(巫樂) 중 한 부분을 가져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의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콘셉트 사진. 화려한 의상이나 소품은 등장하지 않는다./사진=하시시박


일상적인 음악으로 이질감 극복

무용수 성별·나이도 고르게 분포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로 마무리

창작진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쓴 지점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특정 캐릭터 없이 46명의 무용수를 입무자(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 조무자(무당이 되는 길을 먼저 걸어온 조력자), 주무자(내림굿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 등 3개 그룹으로 나누었고, 그룹별 무용수는 성별·나이가 고르게 분포되도록 했다. “무대 위 장면이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순간으로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는 게 윤 연출의 설명이다. 주요 소품으로 방울과 부채가 등장하지만, 이 역시 신령한 ‘무엇’을 부각하지는 않는다.

무당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것, 이것이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가 무대에 펼쳐내려는 바다. 손 예술감독은 “두 분 덕에 굉장히 신선하게 무대를 풀어낼 수 있었다”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총체 예술이 탄생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1~13일 국립극장 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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