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누는 일 그 자체가 행복이에요.”
제21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동욱(68·사진) 씨는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면 훗날 (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줄 것이라는 마음에 봉사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씨가 언급한 아들은 현재 여덟 차례의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의 아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 탓에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다. 그런 아들이 지난 1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홀로 길을 나서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은 아프지만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한다”면서 “더 열심히 나누며 살면 아들의 미래도 휠체어 바퀴처럼 둥글게 굴러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23년간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수리하고 기증해온 그는 ‘휠체어 천사’로 불린다. 아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한 1992년 망가진 휠체어 두 대를 얻어와 직접 수리해 한 대를 새로 만들어준 것이 선행의 시작이었다. 이후 아들 친구들의 휠체어도 고장이 생길 때마다 기꺼이 손봐주며 기술을 습득했다. 1997년부터는 수동 휠체어 수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복지사들을 보고 지역 복지관을 돌며 휠체어 수리 봉사를 해왔다.
신 씨는 장애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휠체어에 안전띠가 없던 시절 휠체어에 안전띠나 보조 장치를 달아줬다. 우산꽂이나 컵홀더 등을 장착하는 등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리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는 운영하던 개인 식당도 접고 휠체어 수리점을 열며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에 임했다. 봉사 활동으로 받은 상금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9,200만 원에 상당하는 휠체어와 스쿠터를 저소득 장애인에게 전달했다. 신 씨는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자기 몸의 일부”라며 “저는 사람의 병을 고치는 마음으로 휠체어를 손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이날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개최한 시상식에는 함께 활동한 봉사자들과 도움을 받은 장애인들이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이웅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도 직접 찾아 시상과 함께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우정선행상 수상자분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버려지는 마스크를 재활용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대상에 이어 본상에는 △노숙인 요양시설에서 35년간 치과 진료를 해온 ‘보눔 덴티스트’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손 편지로 위로를 전하는 ‘사단법인 온기’ △전국에서 유일한 수어(手語) 퍼포먼스 공연단으로 수어 교육과 수어 합창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조용한 수다’ 등 3개 팀이 선정됐다. 올해 시상식은 이달 6일부터 이날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지역별로 수상자를 직접 방문해 찾아가는 시상식으로 진행됐다. 수상자들이 그동안 봉사해온 현장을 찾아 예우하고 선행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우정선행상은 매년 사회의 선행과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에서 비롯됐다. 이번 시상식은 대상 5,000만 원을 포함해 총 상금 1억 5,000만 원 규모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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