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급등하던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이달 말, 내년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까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대출금리가 다시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39%이다. 지난 1일 3.31∼4.814%와 비교해 열흘 새 상단만 0.02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97∼5.377%에서 3.73∼5.16%로 오히려 떨어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9∼4.76% 금리(1등급·1년)로 1일(3.35∼4.68%)보다 하단이 0.04%포인트, 상단이 0.08%포인트 높아졌다. A 은행에서 지난달 31일(3.47∼4.47%)과 이달 1일(3.68∼4.68%) 사이 신용대출 금리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나 증가한 데 비하면 상승속도가 줄어든 것이다.
대출 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1일 2.614%에서 12일 현재 2.404%로 0.21%포인트 줄었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1.761%에서 1.627%로 0.134%포인트 감소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는 1일이나 12일이나 1.16%(신규 코픽스 기준)로 동일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빨리 올려 ‘이자장사’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당장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 초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금통위의 기본적 시각이다. 미국까지 불안한 물가 탓에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뛰어 1990년 12월 이후 거의 31년 만에 최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대출금리가 조금씩 오르내릴 수는 있지만 결국 내년까지 대출금리는 추세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대출자들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iki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