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금융 업계의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이 은행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보다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 선택지를 좇아 증권사에 자금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255조 5,000억 원)의 51.0%(130조 원)가 은행 업계에 적립돼 있다. 이외 △생명보험 22.3%(56조 9,000억 원) △금융투자 20.2%(51조 7,000억 원) △손해보험 5.2%(13조 3,000억 원) 순서로 점유율이 높았다.
현재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인 은행권에 맡겨진 자금이 압도적이지만 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의 등장으로 금융 업계의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돼 있던 자금을 상대적으로 성과가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전환하면서 운용 경험과 상품 선택지가 풍부한 금융투자 업계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투자 업계 실적 배당형 상품의 연간 운용 수익률은 11.20%로 은행권의 성과(10.05%)를 웃돌았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연금 계좌 이체를 통해 은행·보험 업계에서 증권 업계로 1조 2,000억 원이 순유입됐다”며 “이미 실적 배당 상품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디폴트옵션이라는 제도적 장치 도입으로 연금 시장에도 ‘운용’ 개념이 본격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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