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이 내년 가계부채 총량 한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대출 관리에 여력이 생기면서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대출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의 6%대보다 줄어든 4~5%로 제시해 일반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총량 관리는 올해 하반기에 대폭 강화해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내년에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시행되기 때문에 총량 관리 목표를 정하더라도 올해보다는 훨씬 유연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과 같은 실물경제 상황, 금융 시장, 자산 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총량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면서 “내년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며 이는 사실상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정책서민금융상품 취급이 절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책서민금융 공급 목표치를 올해 9조 6,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10조 원으로 높여 잡았다. 중금리대출 역시 올해 32조 원보다 3조 원 늘어난 35조 원을 내년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고 위원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나가겠다”면서 “내년 3월 2년간 유지돼온 전(全)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종료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적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차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거치·상환 기간을 부여하고 잠재 부실이 우려되는 분야에는 선제적인 채무 조정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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