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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다음 대통령이 맞닥뜨릴 선택의 순간

美, 對中 경제·안보 겹겹 포위망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가능성

G2 갈등 감당할 준비돼 있는지

이젠 여야 대선후보들이 답할때





“조 바이든 정부가 유럽과 시작한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주목해보세요. 대서양 경제 동맹의 아시아판 버전이 아닐까요.”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한 당국자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한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함께 만들었던 미국과 유럽이 디지털·공급망·기후 등의 분야에서 TTC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규범과 표준을 만들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과도 비슷한 모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 고위 당국자들의 행보를 보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겹겹이 포위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아시아 지역을 찾아 동맹국들을 포섭하고 있다.

이들이 내년부터 추진할 대중 경제 포위망의 핵심은 바로 IPEF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협정의 초점이 공급망 협력, 수출 통제, 인공지능(AI) 표준 확립 등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를 낮춰 무역의 국경을 허무는 기존의 무역 협정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 주도 협정이 이 지역에서 이미 추진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RCEP가 중국 주도로 이뤄졌고 CPTPP에 최근 중국이 참여 신청을 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노리는 지점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 간의 공급망’ ‘인권 탄압 국가 수출 통제’ 등의 기조로 중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CEP의 회원국이자 CPTPP 참여 희망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런 상황이 닥치고 있는 셈이다.



안보 환경의 변화는 더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과 군사·외교·정보 자산을 결합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해 미군뿐 아니라 동맹국의 병력도 대중 견제를 위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이미 호주는 오커스(AUKUS)라는 새로운 안보 동맹을 미국과 결성했으며 일본은 국방비를 기하급수적으로 올리며 미국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미국 측 요청으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SCM에 대만해협 문제가 명시된 것 자체가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맞서는 데 있어 우리 군의 역할을 바라는 미국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워싱턴에서는 내년 초 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대로 미국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어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경제 포위망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대만해협 방어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인지 말이다. 중국 역시 이를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나 일본의 수출 규제처럼 생각지도 못한 파고가 우리를 덮칠 수도 있다.

이 격변기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가 답해야할 사안이다. 어떤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미중 갈등을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폭로전으로 얼룩진 진흙탕 선거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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