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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대기업도 빚내서 자본 확충

자금줄 마른 쇼핑몰·면세점·LCC, 부채성 자본으로 '돌려막기'

영구채 조기상환 못하면 금리 1~2%P 급등에 부담 '눈덩이'

발행 기업들 신용도 하락 부추겨...재무구조에 부메랑 우려

방역 직격탄 맞은 업종은 대·중견기업이라도 적극 지원해야


코로나19의 충격이 2년 가까이 지속되자 직접적 피해 업종에서는 대기업도 빚을 내 자본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과 면세점·영화관·저가항공사(LCC) 등이 코로나발 실적 악화에 신종자본증권으로 불리는 영구채를 연말에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그룹 산하의 신라면세점과 아이파크몰이 이달 들어 각각 900억 원과 700억 원의 영구채를 30년 만기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최대 영화관 체인을 운영하는 CJ CGV 역시 지난 8일 1,6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메가박스중앙도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300억 원을 30년 만기로 조달했다.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연말에 대기업들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드문 일로 연내 자본을 늘려 코로나19 피해로 급증한 부채 비율을 낮추면서 내년 사업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는 전액 자본으로 회계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영구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1~2%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발행돼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8월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진에어는 750억 원의 영구채를 연 6.8%의 금리로 발행했으며 HDC계열사나 CGV도 5% 중반에서 6% 중후반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증자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임시방편으로 (영구채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돼 은행 등의 대출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없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2년 지속되자 대기업도 실적 하락·재무 구조 악화 =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hybrid bond)으로 불리는 영구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2년 가까이 지속돼 회복이 쉽잖은 내상(內傷)을 입었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발행액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어 코로나19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일시 개선해주지만 부채의 성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기업이 지급해야 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발행 회사가 조기 상환하지 못하면 해가 갈수록 금리가 1~2%포인트 상승하면서 기업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등 재무구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연말에도 영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돼 실적 회복이 늦어지는 쇼핑몰과 면세점·영화관 등을 운영하는 곳들이다. HDC신라면세점과 HDC아이파크몰은 이달 들어 각각 900억 원, 700억 원의 영구채를 서둘러 발행했는데 연말 사업보고서 확정을 앞두고 재무 지표 개선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 저조로 지난 3분기 누적 6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아이파크몰도 같은 기간 부채가 9,171억 원에 달해 내년 운영자금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다. 올 9월까지 1,36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낸 CJ CGV 역시 이달 8일 1,6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5.5%에 달하는 고금리로 발행했다.



이에 앞서 1분기 자본 잠식률이 42.4%까지 확대된 진에어는 1,238억 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8월 말 75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2,0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롯데컬처웍스도 6월 4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부채 비율을 약 350%포인트 낮췄다.





◆고비용 '부채성 자본', 오미크론 덮쳐 기업 부담 가중될 우려 = 영구채 발행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이들 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쇼크에 현대오일뱅크는 2,800억 원어치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금리는 연 3.5%로 그간 조달하던 일반 회사채 금리(1.6~1.8%) 대비 두 배를 넘었다. 최근 고유가로 실적이 가파르게 회복 중인 현대오일뱅크는 콜옵션 만기일이 다가오면 영구채를 우선 상환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대비 신용 등급이 낮기는 하지만 최근 영구채를 발행한 회사들의 금리는 5~6%대에 달해 이자 부담이 한층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800억 원 이상의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는 CJ CGV는 3분기에만 관련 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10배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연 3~4%대의 기업대출을 이용하던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많아졌다”며 “자금 확보를 위해 고금리를 감수하며 결국 빚으로 자본을 쌓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구채는 만기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지만 보통 발행 2~5년 안에 기업이 ‘콜옵션(만기일 전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고 있다. 콜옵션 행사 시기에 영구채를 갚지 못하면 금리가 당장 1~2%포인트 오르고 이후에도 매해 0.25%포인트씩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달려 있어서다. 예를 들어 진에어는 당장 내년 8월 750억 원을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발행금리에 2%포인트를 가산한 연 8.8%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롯데컬처웍스도 오는 2023년 6월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연 금리가 4.2%에서 6.2%로 껑충 뛴다.

신용평가사들은 영구채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기업들이 조기 상환에 실패할 경우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해 영구채 발행은 기업의 재무 지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최근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다시 빗장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콜옵션 기일이 짧아 상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정부와 금융권 지원이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되면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들이 상당한 소외감을 호소한다”면서 “면세점 등 오프라인 쇼핑 업계나 저가 항공사와 여행 업계, 영화관·쇼핑몰 등도 정부의 거리 두기 강화 조치에 적극 협력하면서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기본적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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