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지점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조용히 인기를 모았다. 비상장 주식이지만 장외에서 20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두나무 주식을 조금이라도 싼값에 사려는 자산가들이 몰려 300억 원가량의 거래가 단숨에 체결됐다.
# 하나금융투자는 이달 들어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WM센터를 통해 배달 대행 스타트업 ‘바로고(barogo)’의 전환우선주(CPS) 투자자를 모집했다. 여러 지점에서 순식간에 100억 원의 상품이 판매돼 직전 4,000억 원으로 평가됐던 바로고 몸값은 5,500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증시는 정체된 모습에 투자처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비상장 주식을 대안으로 삼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신생 기업)’에 등극하는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하자 예비 우량주 찾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큰손 개인 투자자들이 라임 사태 여파로 갈 곳을 잃은 것도 비상장 주식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이전만 해도 사모펀드는 블랙홀처럼 자산가들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사모 블라인드펀드에 자산가들이 등을 돌리자 비상장 주식 투자가 빈자리를 메운 것이다.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중소 자산운용사는 펀드 설정이 어려워져 증권사 리테일 부문에 풀리는 비상장 주식 투자 상품이 더욱 귀해졌다”며 “대형 증권사의 WM센터가 신탁 형태 상품을 구성하면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의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비상장 주식으로 개인 자산가들의 이목이 쏠리는 계기가 됐다.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할 조짐도 비상장 벤처기업의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중견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 트렌드에 밝은 일부 개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비상장 주식 투자가 최근에는 자산 관리 시장 전반으로 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증가로 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투자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즈 A~C 단계 투자자 입장에서는 IPO 전 구주 매출로 투자 회수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산가들의 후속 투자가 잇따르자 벤처기업의 가치도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 벤처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상장 이전에도 자금 조달이 쉬워져 유망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 몸값이 급등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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