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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저먹는 대선? 비전이 실종됐다

정치부 김남균 기자





“코로나19 덕분에 거저먹는 대선이 됐습니다.”

종편과 라디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국민의힘 측 인사가 식사 자리서 건넨 말이다. 방역 지침 때문에 대규모 행사는 물론 밤 늦도록 이어지는 술자리도 없다. 대선 후보는 새벽부터 시장을 돌지 않아도 된다. 집합 제한을 이유로 현장에 모일 수 있는 기자들의 숫자를 줄이니 대응해야 할 질문의 수도 줄었다. 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선 거저 먹는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공약 개발에 쏟을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국민에게 내놓을 국정 비전마저 거저 먹으려 한다는 점이다. 공동체의 구조적 변화를 좌우하거나 사회적으로 찬반이 치열한 거대 담론이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처럼 말이다. 윤 후보 측 고위 관계자는 “연금개혁, 저출산, 플랫폼 노동 등 적어도 200여 가지 쟁점에 대한 정책 지침서가 경선 기간에 마련됐어야 했는데 아직도 없다”고 지적했다. 기본 소득을 들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나마 거대 담론을 제시하나 했더니 어느새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며 물러섰다.

비전이 실종된 자리는 이슈성 공약과 밈(Meme)이 채웠다. 온라인 공간에 전파성이 강한 콘텐츠들을 풀어 비대면 선거 지형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정치적 게으름이다. 공약의 우선 순위 기준은 오로지 화제성인 듯하다. 이 후보가 탈모 치료 건보료 지원으로 재미를 보자 국민의힘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윤 후보가 던진 ‘여성가족부 폐지’는 구체적 대안 없이도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새로운 영상마다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AI윤석열은 밈이 돼 윤 후보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덧씌웠다. 대선 후보는 어렵고 인기 없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답하는 AI윤석열을 보며 낄낄대는 식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19대 대선이 되풀이 될 판이다. 미래 비전 없이 오로지 ‘적폐 청산’만을 외치고도 손쉽게 집권했던 이들이 5년 동안 나라를 운영한 결과가 어땠는지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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