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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그림이 머니]화가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른다?

안 팔리던 그림 '부고'로 더 팔리진 않아

생전 왕성한 활동 전제로 '그림값' 올라

촉망받던 작가 요절은 '프리미엄'

미술시장도 수요와 공급 논리 작동해

김창열의 'CHS1'은 작가의 작고 4개월 후인 지난해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 출품됐고 약 14억3,000만원에 팔려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크리스티




“화가가 사망하면 그림값이 오르나요?”

그림이 돈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즉 미술투자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던지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대체로 ‘화가의 죽음=그림값 상승’을 공식처럼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작가의 사망과 그림값을 연결하는 이유는 더 이상 창작 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작품 ‘공급량’이 제한되면 희소성이 커져서 가격이 오른다는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하지만 생전에 안 팔리던 작품이 작가의 작고 소식에 갑작스레 더 팔리는 일은 거의 없다. 살아서 잘 팔리던 작가의 작품이 그의 부고로 인해 더 비싸질 뿐이다.

“화가가 돌아가시면 그림값이 오를 테니, 임종이 임박한 원로화가의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임종을 운운할 정도의 작가는 어차피 작업을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그의 생사 여부가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공급 중단은 이미 이뤄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말년작은 전성기 대표작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미술시장에서는 공급 변동의 영향보다 수요 변화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그림값이 비싼 이유는 ‘희소성’ 때문인데, 희소성의 전제조건은 그것을 갖고자 욕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그림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이다. 간절히 원하는 두세 명의 사람이 경합을 벌여 작품값을 치솟게 하는 일은 경매에서 종종 벌어진다.



원로작가의 타계보다는 오히려 전성기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사연 있는 요절이 그림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작품에 더해지는 이야깃거리가 프리미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도 작가 생전에 왕성한 활동과 작품 거래가 있어야 한다. 미술관급 개인전 정도의 이력은 필수다. 39세에 요절한 근대화가 이인성은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천재로 불렸다. 그의 대표작 대부분은 미술 애호가이자 수집가였던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사들였다. 48세에 세상을 떠난 현대미술가 박이소는 생전에 베니스비엔날레, 에르메스미술상을 휩쓸었고 사후에 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등 유력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렸다. 안타까운 죽음이었으나 ‘인정받는 요절’이 됐다. 40대 중반에 세상을 등졌고, 작고 2주기이던 1987년에 이어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린 최욱경도 마찬가지다.

최욱경의 1977년작 '줄타기'. 호암 이병철 회장이 "그림 좋다"고 호평했던 이 작품은 현재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생전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최욱경은 안타까운 요절로 더욱 빛나는 '별'이 됐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반면, 최근 1주기를 지낸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1929~2021)의 작품은 원로화가의 ‘부고’ 이후 가격이 급등한 사례다. 그의 생전 경매 최고가는 2020년 케이옥션에서 5억9,000만 원에 거래된 1980년작 ‘물방울 ENS8030’이었는데, 사후 한 달 여 지나 열린 2021년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1977년작 ‘물방울’이 10억 4,000만 원에 낙찰돼 단숨에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해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의 이브닝세일에서는 김창열의 1978년작 ‘CSHⅠ’이 경합 끝에 약 14억3,000만 원(985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김창열 화백 타계 한달 여 후인 지난해 2월 열린 서울옥션의 제159회 메이저경매에서 김창열의 1997년작 '물방울이' 10억4,000만원에 낙찰돼 당시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김창열 화백의 작품이 사후 가격급등을 보인 까닭은 ‘작가의 사망’ 때문이 아니라 그의 ‘생전 왕성한 활약’ 덕분이다. 김 화백은 일찍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에서 인정받았고,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를 열었다. 아트페어와 경매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됐다. 물방울의 생생한 묘사 때문에 극사실주의 작품이 주목받을 때도 동반 상승했고, 물방울에 응축한 시대정신과 추상성이 ‘단색화’ 붐과 함께 재조명받기도 했다. 그는 노환으로 떨리는 손을 다른 한쪽 손으로 움켜쥔 채 마지막 순간까지 붓질을 계속했다. 꾸준히 수요와 거래가 많았고, 작가도 그에 부흥해 신작을 계속 공급했다. 다만 ‘물방울’ 그림값 상승의 독특한 측면은 최근 몇 년 사이 미술시장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부모 세대로부터 작품을 물려받은 젊은 소장가들이 화가의 타계 소식에 수십 년 집안에서 소장해 온 희귀작을 내놓은 ‘공급 주도’의 시장 상황이라는 점이다. 가격 상승의 여러 사례가 작품 거래를 더 촉진하기도 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화가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른다’ 식의 속설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미술시장에도 엄연한 수요·공급의 시장 논리가 있다. 다만, 여느 공산품 시장과는 다른 특수한 속성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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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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