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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안전관리체계 '우왕좌왕'…CSO, 경기는 도지사·충북은 부지사 '제각각'

책임소재·권한 명확한 기준 없어

경영책임자·CSO 역할 다른 해석

인력부족에 사고책임 규명 쉽잖아

"법 시행 초기 혼란 키울 것" 지적

지난 24일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접근 금지를 알리는 인형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충청북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만들었다. 이시종 충북 도지사가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최고경영자(CEO), 행정부지사가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CSO)를 맡았다. 하위 안전보건관리감독자는소속 부서장으로 정했다.

반면 경기도는 충청북도와 달리 조직 체계상 도지사를 경영 책임자로 지정하지 않았다. 부지사가 CSO, 안전관리실장과 노동국장이 총괄 관리자로 구성된 안전 체계를 꾸렸다. 중대재해법에서 자치단체장이 처벌을 받는다는 규정을 두고 경기도는 도지사가 사실상 경영 책임자인 동시에 CSO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는 경영 책임자와 CSO는 엄연히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는 판단 아래 역할을 둘로 나눠 이 같은 차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이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경영·산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중대재해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사례처럼 안전보건 관리 체계 및 책임자 구성이 제각각인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법률 자체가 워낙 애매모호한 데다 규모·업종에 따라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공공 기관은 물론 기업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경영 책임자가 처벌 대상인 중대재해 사건 수사, 중대재해법이 미흡하다는 노동계의 불만 등도 앞으로 법률 시행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서로 다른 조직 체계가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경영 책임자의 예로 사업주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장,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해석처럼 경영 책임자를 도지사로 정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은 도지사가 진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중대재해법에서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책임 소재에 대한 획일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지자체, 기업 등 대응 조직 구성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CSO를 선임하더라도 중대재해 사건에서 경영 책임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고용부 해석이 현장에서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CSO 선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CSO가 대표에 준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최종 권한과 책임이 없다면 소용없다는 게 고용부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표(사업주, 오너)가 나서야 하고 대표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안전한 일터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제정된 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대재해법 수사도 법 시행 초기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가 일어난 현장 책임자(건설업의 경우 현장소장)의 위반 혐의를 가리기가 상대적으로 쉬워 입건도 빨랐다. 실제로 중대재해법 수사를 담당하는 고용부는 사고 발생 일주일도 안 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포스코 근로자 사망 사고의 현장 책임자를 입건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인 탓에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밝혀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고용부의 감독 인력이 부족해 매년 800명대(하루 2명꼴)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 지 오래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면 지난해 사망 산재의 4분의 1가량이 수사 대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에서 경영 책임자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지 못하고 법정에서도 기존 산안법처럼 현장 책임자 처벌에서 그친다면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처벌이 과도하다’는 경영계의 우려에 맞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중대재해법 시행 과정의 큰 변수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5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도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의 2년 법 적용 유예가 문제라는 주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전일 중대재해법 유예기간 폐지, 중대재해 범위 확대, 처벌 강화 등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성명에서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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