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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또 나온 '간 큰 공무원'…38조원 지자체 기금 관리 문제없나

강동구 공무원, 사업에 쓰일 SH기금 115억원 횡령 혐의

"공문에 나온 계좌로 납입해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해"

'여수 80억원 횡령 사태' 후 대책 나왔지만 10년만 재발

"거액 횡령은 회수 쉽지 않아"…여수시도 15억원만 회수

지자체 기금 38조원…"횡령 막을 수 있는 대책 강구해야"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강동구청 공무원 김 모 씨가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청에서 7급 공무원이 친환경 자원순환센터 건립에 쓰일 공금 115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공직사회에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12년 전남 여수에서 8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후 방지 대책까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10년만에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거액의 횡령 사건일수록 전액 회수하는 것이 어려운 탓에 구청과 경찰이 은닉재산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용하는 기금 규모가 38조원을 넘는 만큼 보다 철저한 기금 관리가 필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7일 오전 10시께 김 모(47)씨가 근무해 온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와 경기 하남에 있는 김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납입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기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계좌로 받아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십 차례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별도 결재가 있어야만 출금을 할 수 있는 기금 관리용 계좌로 기금을 받아야 하는데도 구청의 업무용 계좌를 SH에 안내한 것이다. 이 방식으로 김씨가 횡령한 금액은 약 115억원에 이른다. 강동구청의 고발을 받은 경찰은 지난 24일 김씨를 긴급체포한 후 26일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구속했다.

서울 강동구청이 추진 중인 친환경 자원순환센터 건립 사업 조감도./강동구청


이번 사건을 두고 공직사회에서는 충격적이고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H의 한 관계자는 "강동구에서 보낸 공문에 적혀있는 계좌로 입금을 했고 예금주도 '강동구청'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다른 구청에도 같은 방식으로 기금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도 "횡령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그동안 많이 구축돼 왔는데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김씨가) 오랜 기간 횡령을 저질렀던데 그동안 적발되지 않은 것도 의아하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지방공무원 공금횡령 등 회계비리 방지대책'을 마련해 기금·보증금 같은 세입세출외현금을 출납처리할 때는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같은 해 전남 여수에서 시청 공무원이 공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80억 7700만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내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10년만에 오히려 더 큰 액수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SH가 받은 납입 기한·계좌 정보 관련 공문이 강동구의 내부 결재를 거친 것인데다가, 김씨의 네 번째 후임이 와서야 수상한 점을 파악해 범행이 드러난 만큼 구청의 관리부실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30분께 '강동구청 공무원 115억 횡령' 사건과 관련해 강동경찰서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후 강동구청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강동구청은 민·형사상의 조치를 모두 강구해 피해액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액수가 큰 횡령 사건들은 피의자들이 장기 복역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산을 숨겨놓는 경우가 많아 전액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80억원의 횡령 사건을 겪은 여수시 또한 지난해 말까지 해당 전직 공무원에게 15억여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여수시는 김씨의 동산·부동산과 손해배상금 변제, 자동차 매각 등 방식으로 환수를 했지만 나머지 은닉재산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강동구 공무원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구청 계좌에 돌려놓은 38억원을 제외한) 77억원을 주식 투자로 모두 날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공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금 운영과 관련해 공무원의 횡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금은 세입세출외 예산이기 때문에 회계 처리 과정에서 일반회계만큼 시스템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운용 중인 기금은 2400개로 총 액수만 38조 8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숙한 회계처리가 종종 문제시되는 상황이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2020년 4개 부서가 e-호조를 이용하지 않고 수입금을 관리해 구청의 특정감사에서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배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금 관리 시스템에 어떤 빈틈이 있는지 철저히 살펴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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