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주의 호실적 훈풍에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중 유일하게 힘을 쓰지 못하던 게임주가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게임주는 그간 실적 부진 우려와 함께 금리 인상 압박 등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플레이투언(P2E)’ ‘대체불가토큰(NFT)’ 등 게임사의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면서 저가 매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전일 대비 40.65포인트(3.61%) 오른 1168.16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 상승률은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게임주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1.27포인트(1.26%) 오른 902.87로 장을 마감해 6거래일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올해 하락률이 40%에 달해 코스피 낙폭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크래프톤(259960)은 이날 4.72%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연속 오름세다. 같은 기간 13조 4428억 원이던 시총은 7000억 원 가까이 증가해 14조 1,284억 원으로 늘었다. 14조 원대 시총 탈환은 5거래일 만이다. 기관은 150억 원을 쓸어담으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게임주 중 모멘텀이 있었던 위메이드(112040)와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각각 11.16%, 15.49% 급등하며 게임주 상승을 이끌었다. 위메이드는 이날 NHN빅풋과 위믹스 플랫폼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주력 게임 ‘오딘’의 구글플레이 매출이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W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가 구글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영향으로 0.38%밀렸다. 이날 반등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로 추정된다. 실제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올 들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37.28%,19.01% 급락하는 등 게임주는 전반적으로 큰 조정을 받고 있다.
다음 주부터 본격화하는 실적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P2E·NFT 등 게임사의 신사업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9일에는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가 실적을 발표하고 이어 10일에는 크래프톤이 뒤를 잇는다. 15일에는 펄어비스(263750)와 엔씨소프트가 실적 콘퍼런스콜을 연다. 게임사들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작 게임과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P2E 게임 등 신사업이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법상 게임 내 재화를 실제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행성 규제가 있다”며 “국내에서 P2E 게임의 규제 완화는 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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