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면서 지출을 확대하면 외려 성장을 저해하고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빚의 복수’를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0일 열리는 ‘경제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선(先)투자’ ‘착한 부채’를 내세우며 ‘재정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이후 지출 증가분보다 경제성장 폭이 작아 재정이 선투자 역할을 하지 못했고 2019·2020년 추가경정예산의 경제성장 효과도 적자 국채 발행액을 빼면 모두 마이너스였다”고 강조했다. ‘착한 부채론’ 비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잘못된 ‘국가 부채론’을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한 교수의 글을 인용해 “외국 빚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정부 적자는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민간의 자산”이라는 궤변을 폈다.
국회가 조만간 14조 원이 넘는 추경을 통과시키면 현 정부의 추경 총액은 150조 원을 초과해 약 40조 원을 쓴 박근혜 정부의 네 배에 이른다. 이런데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해 추경 규모를 두 배 이상 증액하자고 주장한다. 여당은 추경 증액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탄핵’ 운운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D1 기준)은 36%에서 50%선으로 급증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던 이전 10년간보다 증가 폭이 훨씬 더 크다. 여기에 공공 기관과 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 부문 부채(D3)는 올해 1615조 원을 넘겨 GDP의 76.8%에 이른다. 국가 부채 급증과 재정 적자가 계속된다면 ‘그리스·일본 복합형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차기 정부가 ‘빚의 복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출범 초부터 재정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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