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약사로 근무 중인 윤 모 씨는 최근 약국을 직접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를 두 명이나 만났다. 처방 시 활용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에 질병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확진 여부가 즉시 확인됐다. 손님이라 외면할 수 없었던 윤 씨는 빨리 응대해 내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9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확진자가 격리 수칙을 어기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방역 의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침·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끼고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고 출근하는 사례도 속속 발견됐다.
약국을 직접 찾는 확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윤 씨는 16일 서울경제신문에 “확진자를 만나도 ‘자가격리 중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 이외에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면서 “빨리 약을 주고 약국 밖으로 내보내 추가 감염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놓았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20대 이 모 씨도 “지인이 확진자인데 보건소에서 ‘요새는 사실 증상이 심하지 않다거나 꼭 필요한 상황에는 외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며 “멋대로 돌아다녀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보건소도 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꺼리고 출근·외출하는 경우도 많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노 모 씨는 “의심 증상을 느꼈지만 대면 면접을 하루 앞두고 있어 일단 면접을 보고 왔다”며 “다른 일정은 취소했지만 면접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코로나19 증상자에게 출근을 강요했다는 후기가 눈에 띈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는 강동구의 한 치과 근무자가 온 가족이 확진, 본인도 잔기침이 나는 상태에서 출근을 강요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환자들이 입을 다 벌린 상태에서 진료 보는 사람인 만큼 보건소에 전화해서 항의했지만 보건소는 개별 직장에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병원이 이래도 되나 싶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회사에서 심하게 아픈 것 아니면 검사도 받지 말라고 한다”는 고발 글이 올라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재택치료를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셀프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PCR 검사도 60세 이상 고령층, 신속항원 검사 양성자 등에 한해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황에서 방역 관리가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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