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우리에게 멀고 다소 생경하게 인식되는 나라다. 거리상으로는 유럽이나 미주보다 가깝지만 우리나라와 직항이 없어서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또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고 우리와 경제 관계가 별로 없을 것 같은 나라로 비친다. 그러나 필자가 현지에 부임해서 지난 1년간 보고 느낀 파키스탄은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이웃 나라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불교는 파키스탄으로부터 전해졌다. 4세기 말 마라난타가 당시 간다라(현 파키스탄 북쪽 페샤와르) 지역으로부터 불교를 백제에 전했으며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혜초 스님도 간다라 지역을 방문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난 2019년에 조계종 대표단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한국 불교의 순례 길을 둘러봤으며 우리 문화재청은 간다라 불교문화 보존과 진흥을 위한 협력 사업을 파키스탄에서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수력발전 사업에 수자원공사·남동발전·롯데·삼부토건 등이 참여해 총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 차 일색이었던 자동차 시장에 수년 전부터 현대와 기아가 파키스탄 기업과 협력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우리 차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현지 고객들이 차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등 가전제품과 휴대폰의 수요 증가에 맞춰 최근에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한류의 열풍은 이곳에도 어김없이 불고 있다. 파키스탄 넷플릭스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한동안 1위를 차지했으며 대사관에서 주재국 사람들을 초청해 오징어 게임 행사를 했을 때 다 같이 하나가 돼 게임을 즐겼다. 특히 아이들은 행사가 끝났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를 계속했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은 한국에서 필자의 어린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또 행사에 한국 음식으로 떡볶이를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동나서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우선 순서를 양보했던 교민들은 맛을 보지 못 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우리 정부는 미라클 작전을 통해 우리에게 조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390명을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탈출시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 우리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바 있다. 미라클 작전은 바로 이곳 이슬라마바드공항에서 파키스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급박하게 변화하는 아프간 카불 상황, 우리 군용 수송기의 신속한 영공 통과,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 입출국 확인 절차 등 어느 하나도 긴박한 상황에서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재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하에 대사관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협력해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파키스탄의 경제적 잠재력은 매우 크다. 국제 회계 컨설팅 회사 PwC는 2017년 발표한 2050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파키스탄의 GDP(구매력 평가 기준)가 세계 24위에서 16위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 2000만 명으로 세계 5위이며 20세 이하가 50% 이상인 젊은 국가다. 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과거 교역의 통로였던 실크로드가 지나가던 곳이다. 간다라 불교문화,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의 인더스 문명, 북쪽 히말라야산맥과 연결된 아름다운 산세 등 천혜의 관광자원은 다른 국가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GDP(2020~2021 회계연도)는 코로나19 와중에서도 5.4% 성장했다.
2020년 5월 악화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우리 교민들의 귀국을 위해 파키스탄국제항공(PIA) 임시 항공편으로 직항을 띄운 적이 있다. 당시 항공기에 탑승했던 교민들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인천까지 7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파키스탄이 이렇게 가까운 나라인가 하고 다들 놀랐다고 한다. 모든 면에서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과 교류가 확대돼 양국 관계가 한층 더 굳건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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