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지난 1월말 상장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지난 25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7.6% 급등하며, 3주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을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각각 1,200억원과 1,100억원을 사들이며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이날 메릴린치, JP모건 등 외국계 창구의 매수세가 쏟아졌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2달 동안 외국인들이 650만주, 3조원 가량을 시종일관 팔기만 했다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28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에 대해 "테슬라의 급반등과 2차전지 테마의 투심회복, 공매도 숏 커버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면서도 “최근 발표된 스텔란티스 호재가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을 것이라는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최대 배터리사 도약 =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3일 총 6조5,000억원 규모로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하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스텔란티스와의 4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애리조나 주에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전용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GM과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120GWh)를 포함해 북미에서만 211GWh의 생산 규모를 갖게 된다.
2025년 북미 2차전지 시장 규모가 300Gwh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중 70% 이상이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성사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1위 GM, 3위 스텔란티스에 독점적으로 2차전지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밖에 LG엔솔은 일본 2위 업체인 혼다에도 독점 공급이 예정되어 있고, 테슬라의 상당 부분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는 대형 고객사와 협력을 통한 중장기 매출 확보”라며 “특히 북미 지역은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커질 시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증설을 반영해 2024년,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을 각각 4.8%, 3.4%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LG엔솔, 합작법인 지분율 51%…주도권 잡아 = 배터리 업계는 이번 북미 계약에서 합작법인 지분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캐나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각각 51 : 49로 LG엔솔이 과반을 넘겼다.
이와 관련해 화학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초기에 완성차 메이커와 배터리 셀 메이커 간 주도권 신경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번 양사의 계약으로 점차적으로 배터리 셀 메이커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만들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루시드, 리비안, 로즈타운 등 신생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애플, 소니, 샤오미, 폭스콘 등 IT 업체들 등 다수의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높은 품질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 등 극소수의 업체들만이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체들이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경영권을 잡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완성차와 배터리 셀 메이커 간의 합작법인 사례를 보면 50 : 50 지분율이 일반적이고, 도요타와 파나소닉 만이 49 : 51 설립(2022년 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금번 LG엔솔과 스텔란티스건은 최초로 셀 메이커인 LG측에서 51%의 지분을 확보하여 주도권을 갖게 된 최초의 사례”라며 “그만큼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전환이 시급하고 반면에 타 셀 메이커 대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IPO 기자간담회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 움직임과 관련해 “10년 전부터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내재화를 계획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목표가 공급의 안정성인 만큼 조인트 벤처라는 카드를 꺼냈는데 이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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