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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정책이 예술강국을 만든다

조상인 문화부 차장


“‘아트바젤 리포트’에 한국이 순위를 차지했다고요? 세상에 5위라고요? 이런 날이 오네요.”

미술계에서만 40년 이상 활동해 온 노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고 또다시 물었다. 아트바젤 리포트란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글로벌 금융그룹 UBS와 공동으로 매년 발표하는 ‘아트마켓 리포트’를 가리킨다. 최근 발표된 ‘아트마켓 리포트 2022’에서 지난해 전후 현대미술(Post War & Contemporary Art) 경매시장의 국가별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한국은 항상 ‘기타 국가’로만 등장해 왔기에 미술계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반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 시장은 크게 갤러리 및 아트페어 거래와 경매 거래로 나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미술 시장도 흔들어 놓았지만 백신 보급으로 인한 국면 전환이 문화에 대한 ‘보복적 소비’에 불을 붙였고, MZ세대가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지난해 미술시장은 반등했다. 이 보고서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 거래 총액(고미술 포함)은 651억 달러(약 78조 8000억 원)였다. 2020년의 거래 총액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전후 현대미술의 경매 거래액은 약 67억 달러(약 8조 2000억 원), 인상주의 미술은 18억 달러(2조 2000억 원) 규모로 거래됐다. 이 중 매출액 최상위 국가는 미국이며 거래액으로 본 시장점유율은 47%였다. 중국이 2위(24%)로 그 뒤를 이었고 영국(13%), 프랑스(6%) 순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다섯 번째로 많은 5위였다.



사실 이번 집계에서는 한국의 ‘5위’ 등장 못지않게 다른 국가들의 순위 및 비중이 눈에 띈다. 국가별 현대 미술 시장 점유율에서는 ‘문화 강국’이던 영국의 지속적인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영국의 감소분은 미국과 4위국 프랑스에 내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경제성장을 뒷배로 미술 시장 점유율 1위까지 차지했던 중국도 맥을 못 추는 듯하다. 이유는 각 정부의 문화 정책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 이후 미술 시장의 영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중국은 높은 거래세 때문에 미술품 거래가 위축됐을 뿐만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이던 홍콩이 위기에 몰렸다. 정부의 정책이 미술 시장 활성화 및 국제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국 미술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세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9223억 원(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을 기록해 ‘1조 원 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올해는 ‘3조 원 시장’까지 전망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마중물 지원과 정교한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는 손쉽게 예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중차대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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