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강타한 경제 위기와 고령화 대처를 위해 국민연금을 개혁하면서 기초연금도 손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도입한 기초연금 재설계의 핵심은 재정 안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제도 마련에 있다.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복지에서 취약층 위주의 선별·차등 지원으로 전환했다는 게 공통분모다.
핀란드 기초연금은 1937년 도입된 후 거의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소득과 연계한 차등 지급으로 점차 전환됐다. 그 결과 전체 노인 대비 95%까지 차지하던 수급자 비율이 4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핀란드는 2011년부터 기초연금과 별도로 취약층을 대상으로 최소 소득을 보장하는 ‘최저보장연금’을 혼용하고 있다. 하지만 두 연금을 합쳐도 수급자 비율은 노인 인구의 절반이 채 안 된다. 핀란드의 경우 인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도 연금 재원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도 비슷한 시기에 개혁에 나섰다. 1999년 모든 노인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반세기 만에 전면 폐지하고 국민연금 수급액이 일정 기준을 밑돌 경우 그 부족분을 채워주는 ‘최저보장연금제’를 도입했다. 차액 보전형 차등 지급 구조로 전환한 까닭에 기초연금만으로 생계가 어려운 노인에게 연금을 더 지급하는 ‘연금보충급여’도 함께 없앴다. 전체 노인의 30~35%가 수급 대상자로 추정된다. 노르웨이도 2012년 신(新)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스웨덴과 흡사한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기초연금은 정치 바람을 타고 개혁 이전의 해외 모델을 뒤늦게 좇아가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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