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KDB생명 네 번째 매각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DB생명까지 10년 넘게 산은의 관리 체제에 있었던 기업들의 매각이 실패함에 따라 산은의 구조조정 역할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20일 산업은행 및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계약 해지는 JC파트너스가 보험사의 대주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금융위원회는 13일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 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아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SPA 상 거래 종결 기한인 1월 31일까지 JC파트너스가 금융위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지도 못했다. 산은 측은 “KDB생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KDB생명의 매각이 끝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산은이 ‘구조조정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의 부실로 KDB생명을 떠안아 10년 넘게 관리했지만 결국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1998년부터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2019년 현대중공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허로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2020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자동차 역시 우여곡절 끝에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재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날 국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 과제’ 토론회에서 산은에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이 쏟아진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금융기관이 주채권은행으로 주도해 사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회생 절차, PEF 등을 통해 사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산은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장 역시 “구조조정은 사전적·선제적·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게 효과적이고 돈도 적게 든다”며 “산은이 사전적 구조조정 분야의 전문가를 더 영입하고 기법을 마련해 사전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데 이어 구조조정 작업까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산은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산은 내부에서도 장기간 채권단 관리 체제로 두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등 온갖 잡음이 발생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매각 후 헐값 논란 등이 제기돼온 점 때문에 그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는데 앞으로 더 정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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