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뉴스페이스를 선도하는 국가는 크게 미국과 유럽·중국·일본 등이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350여 개, 중국 150여 개, 일본은 50개 이상의 뉴스페이스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뉴스페이스 스타트업이 넓게 봐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미국은 군사적·정치적인 목표로 국가 주도로 이끌어온 우주산업의 여러 기술을 민간에 지원하고 민간투자 자본을 늘리면서 뉴스페이스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뉴스페이스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막강한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기술 혁신 및 우주 비즈니스 모델 창출 시도를 꼽는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 우리나라의 뉴스페이스 스타트업 민간투자자(investor)는 약 1~5곳으로 빈약한 수준이지만 미국 538곳, 중국 136곳, 일본 107곳, 영국 103곳 등으로 뉴스페이스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성화된 모습이다.
물론 뉴스페이스 스타트업들이 아직 본격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2021년에만 미국 증시에 뉴스페이스 기업 약 10곳이 스팩을 통해 상장했을 만큼 투자금 회수의 기반도 마련된 모습이다.
장 교수는 “뉴스페이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투자가 요구된다”며 “미국은 이미 하이리스크 펀딩을 구축해놓았다”고 말했다. 국내 역시 이를 위한 마중물로 정책 기관의 펀드 출자 확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우주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지원 등 민간투자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뉴스페이스 기업에 민간 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증시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우주 투자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민간투자 유치는 정부의 우주 기술이전과 지원 등에 힘입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이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등 기업가 정신뿐 아니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축적된 우주 기술, 정책과 인프라 지원을 받아 성장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NASA는 최근 스페이스X에 이어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낼 민간 우주선을 추가 모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술과 정책 지원으로 다양한 뉴스페이스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정부와 민간 기업이 정책 지원과 기술 개발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06년 나사가 스페이스X에 상업용 궤도 운송 서비스를 맡기면서 우주산업이 민간이 참여해 상업적 목표를 달성하는 뉴스페이스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뉴스페이스 업체로의 인력 이동도 국내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연구기관 개발 인력을 연구소 기업, 뉴스페이스 스타트업 등으로 보내 새로운 우주산업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졌다는 평가다.
장 교수는 국가 연구기관과 공영 기업의 기술 및 인력으로 뉴스페이스 스타트업이 파생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스타트업인 신스텍티브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사업 및 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중국의 여러 스타트업 역시 중국항천과기집단(CASC)과 공영기업의 기술 및 인력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인력 시장의 유연성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예컨대 국내 대표적 우주기술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주 스타트업으로의 인력 이동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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