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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사-빅테크 규제 차별 없애…넓고 평평한 '디지털 혁신의 장' 마련"[서경금융전략포럼]

■기조강연-정은보 금융감독원장

" 동일 기능 동일 규제 필요하나

디지털 혁신이 억제 돼선 안돼

공시 강화 · 행위 준칙 제정 등

'IMF의 빅테크 규제' 도입 논의

기운 운동장, 단계적 해결할 것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의 기조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금융의 디지털화’를 꼽았다. 과거 제한된 영역에서 금융업을 진행했던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이제는 사업 영역을 금융 산업으로 확장한 만큼 기존 금융사 역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금융감독 당국도 금융 중개 포괄적 규율 체계를 마련해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가 ‘넓고 평평한 운동장’에서 디지털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금융사도 결국 디지털화를 추진해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금융 산업이 대외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외 진출까지 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이 금융의 디지털화를 강조한 것은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분석에서 비롯됐다. 펜월드테이블(PWT)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놓았을 때 한국의 평균 인적 자본 경쟁력은 1990~2009년 88에서 2015~2019년 99로 껑충 뛰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51에서 68로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자본·토지 등 다양한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은 63에서 61로 오히려 후퇴했다. 정 원장은 “노동·자본 생산성이 낮은 게 문제”라며 “줄어드는 인구를 보완하기 위해 산업적 측면에서 질적 자본에 대한 투자 등이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는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원장은 빅테크에서 제공하는 각종 금융 중개 서비스가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제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이날 강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침을 참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정 원장은 “최근 IMF가 빅테크 규율 접근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공시 강화, 중기적으로는 행위 준칙 제정,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규제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현재 우리는 단기적 공시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 행위 준칙 등 새로운 규제의 틀을 도입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IMF는 단기적으로 대출, 소비자 리스크 등 빅테크의 영업 활동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는 규제를 제시했다. 중기적으로 빅테크의 영업 행위에 대한 준칙을 만들어 비금융 부문에서 금융 부문으로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영업 행위 중심 규제와 금융사 중심 규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규제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규제로 접근해야 규제 사각지대에 빠진 빅테크까지 감독 체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MF의 빅테크 금융 규제로 보면 현재 국내 금융 규제는 단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금감원이 금융 플랫폼 이용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간편 결제 업체의 수수료율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데 반해 빅테크는 관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오히려 카드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같은 규제 차이를 공시 강화로 풀어나가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가 반드시 확보돼야 하나 디지털 혁신이 억제돼서도 안 된다”며 “금융 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 젊은 인재들이 고용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에서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한국 금융의 당면 과제와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아울러 정 원장은 올해 법과 원칙에 기반해 제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사전 예방적 감독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금융 상품은 냉장고나 텔레비전 사듯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험 계약과 같이 30~50년 적용되는 상품도 있다”며 “법적 안정성,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금융 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통협력관제도를 운영해 사전적 리스크, 애로 사항, 제재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의견을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며 “당국이 혼자 할 수 없고 업계가 자체적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소해나갈 수 있도록 사전적 협조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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