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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국토의 남녘 끝에서…또 다른 '시작'을 외치다

■ 작지만 빛나는 섬 '최남단 마라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 오른 관광객들이 멀리 바다 위의 마라도(왼쪽)와 가파도를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바다가 눈이 부시도록 파란 쪽빛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 점 작은 섬에 불과하고 누군가에게는 ‘짜장면 섬’이지만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남해 바다 소중한 국토의 시작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있다. 바로 마라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와 마라도는 청정 여행지로서, 또는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공간으로서 버킷리스트가 된다.

4월 30일 오전 마라도행 여객선은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이미 제주도는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은 제주도 본섬의 남부인 모슬포항과 산이수동 등 2곳에서 출발하는데 이번에는 송악산 아래 산이수동에서 배를 탔다. 매표하는 건물에는 ‘마라도 가는 여객선’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날씨는 쾌청했지만 남해 바다의 파도는 자못 거셌다. 30분 남짓 뱃길인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0.3㎢ 면적에 多 있네

선착장서 내리면 짜장면 집 10곳 즐비

카페·횟집부터 편의점도 2개나 영업

절·성당·교회 이어 학교 등 옹기종기

여객 정원 280명의 작지 않은 여객선은 왼쪽으로 가파도를 끼고 돌아 마라도로 직행했다. 섬에서 북서쪽에 있는 자리덕 선착장에 도착했다. 드디어 마라도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이다. 관념상으로는 더 남쪽에 이어도가 있지만 암초라서 국제법상 ‘섬’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즉 일반 사람이 갈 수 있는 끝 섬이 마라도다.

마라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로 제주도 본섬에서 11㎞ 떨어져 있다. 섬은 잘 익은 고구마처럼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인데 가장 넓은 곳이 동서 500m, 남북 1250m다. 마라도의 전체 면적은 0.3㎢로 이는 서울의 경복궁(0.43㎢)보다 작다. 참고로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가파도가 있는데 크기는 0.84㎢다.

마라도 남단에 서 있는 '대한민국최남단' 표지석. 마라도의 최고 버킷리스트다.


마라도 선착장에 내려 잠시 불편한 속과 머리를 안정시켰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때 이른 더위를 식혀준다. 멀리 북쪽으로 제주도 본섬과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몸을 일으켜 마라도 일주 여행에 나섰다. 마라도는 느긋하게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일주할 수 있다. 과거 마라도 하면 짜장면집이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다른 종류의 가게들도 성업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곳은 GS25 편의점이다. 섬에 이 편의점이 2개 있다. 지금도 마라도의 상징 같은 짜장면집이 편의점 너머로 쭉 늘어서 있다. 이른바 ‘마라도 맛집 거리’다. 짜장면집이 10여 곳 있는데 일부는 영업을 안 하고 있어 들쑥날쑥하다.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은 먹는다는 것이 이런 짜장면 아니면 짬뽕이다. 바다에서 나는 톳이라든지 해물이 들어가 있는 것이 다른 곳과 차이점이다.

짜장면집에 이어 횟집, 카페와 와플 가게도 있다. 마라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경우 섬의 서쪽은 이런 음식점들로 완전히 점령돼 있다. 관광객들은 가장 경치 좋은 가게를 골라 배를 채우거나 여유를 되찾고 있다.



마라도 등대에 있는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모형. 이어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마라도다.


물론 음식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 시설로 기원정사라는 절도 있고 마라도 교회, 마라도 성당도 있다. 학교인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도 한 군데 있다. 다만 마라분교는 학생이 사라지면서 휴교 상태다. 그나마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맛집 거리가 끝나는 곳에는 마라도 ‘백년초’ 자생지가 있다. 선인장 같이 생겼는데 10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는 귀한 식물이다. 억새밭과 함께 이름 모를 꽃들도 여럿 보이는데 마라도같이 척박한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천혜의 환경에 절로 힐링

거리 끝자락엔 귀한 '백년초' 한데모여

장군바위 너머 탁트인 남해바다 눈길

본섬 송악산서 굽어보는 마라도도 절경

섬의 가장 남쪽에 ‘대한민국최남단(大韓民國最南端)’ 표지석이 있다. 마라도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검은색 화산암에 일곱 글자가 선명하다. 표지석 바로 앞에는 마라도 주민의 수호신이기도 한 ‘장군바위’가 서 있다. 마라도 끝에 우뚝 서서 끊임없는 파도에 부딪히면서도 멀리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맨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이어도도 있겠다.

사실 마라도가 우리 영토의 끝이라는 것은 대륙 중심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과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들고 바다를 강조한 상태에서 해양 개척 필요성을 강조한 사례가 있다. 그럴 경우 마라도는 우리 영토의 가장 북쪽에 있고 또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마라도의 다른 이미지는 섬의 동쪽에서 더 진하게 느낀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마라도 등대 앞에 다른 나라 주요 등대들의 모형이 있다. 마라도 등대의 중요성을 과시하는 상징물이다. 세계 해도에 제주도는 나오지 않아도 마라도 등대는 꼭 표시될 만큼 중요한 시설이다. 등대 모형들 중간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모형도 있어 반갑다. 이어도가 우리 영토의 시작이다.

타지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말들이 송악산 기슭에 모여 옹기종기 살아가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를 탔다. 제주도 본섬에 도착 후 이번에는 마라도 바다를 바라보기 위해 제주도 남단인 인근 송악산 언덕을 올랐다. 송악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은 파도에 깎여 절벽이 돼 있다. 자못 높은 곳에서 마라도를 굽어볼 수 있다.

송악산 남쪽으로 저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있다. 다행히 맑은 날씨여서 두 섬이 또렷하다. 마라도에서는 제주도 본섬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다. 송악산에서는 다시 마라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송악산 여행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은 숲속에서 뛰어놀고 있는 야생말 구경이다. 제주도에서도 야생말이 흔하지 않은데 여기 송악산 아래에서 10여 마리가 모여 살고 있다. 엄마 말의 젖을 찾는 아기 망아지의 모습이 아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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