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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1당독재’ 대전…유잼 키워드는 야구장?[정상훈의 지방방송]

<15>대전시장…때 아닌 야구장 신축 논쟁

허태정 “계획대로”…이장우 “돔구장 검토”

허구연 “연고지 옮길 수도” 초강수 두기도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감도. / 대전시 제공




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전은 ‘유잼(有재미)’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였습니다. 1993년 대전엑스포는 대전을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 최대 유잼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약 60개국이 참가했으며 무려 1450만명이 대전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마스코트 ‘꿈돌이’의 인기는 지금의 라이언이나 펭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야말로 월드스타 수준이었습니다. 한빛탑의 위상은 롯데월드타워에 버금갔습니다.

그땐 야구도 잘했습니다. 로마이어·데이비스·송지만·장종훈 등 이른바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송진우·정민철 등 ‘영구결번’ 투수진을 앞세우며 한화 이글스는 20세기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전 외곽의 계룡산과 대청호는 대전 시민들의 유잼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유원지였습니다.

당시에는 충청 정치도 유잼이었습니다. 김종필의 ‘자민련’이 전국구적인 존재감을 보였으며, ‘충청 대망론’을 이끌었던 이회창이라는 걸출한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마지막 충청권 정당인 자유선진당의 몰락과 함께 대전은 ‘노잼(NO재미)’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엑스포의 흔적은 하나둘 사라졌고, 한화는 꼴찌가 익숙한 팀이 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대전의 ‘유잼’은 튀김소보로를 앞세운 성심당만이 외롭게 지켜왔습니다. 사실상 성심당 ‘1당독재’ 도시가 돼버린 것입니다. 물론 성심당의 ‘당’은 무리 당(黨)이 아닌 집 당(堂)입니다.

어쩌면 대전시민들은 6·1 지방선거가 대전을 다시 유잼도시로 만들 계기로 작용하길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야구장 신축 논쟁이 이번 지선 최대 유잼 키워드가 돼버렸습니다. 1964년에 지어져 KBO리그 구장 중 가장 오래된 구(舊) 한밭야구장, 현(現)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대체할 구장을 어떤 식으로 지을지를 두고 대전시장 후보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허태정 시장은 4년 전 제7회 지선에서 한밭종합운동장 재건축을 통해 신축 야구장을 짓겠다고 공약해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임기 동안 신축 구장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의 2025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밟아왔습니다. 즉, 이번 지선 야구장 논쟁에서 ‘계획대로 신축’은 허 후보 측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 야구장 신축 계획은 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난관을 맞았습니다.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장종태 전 서구청장이 대전 야구장 신축 사업은 차기 시장이 담당해야 한다며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허 시장이 야구장 신축 계획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게 장 후보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는 허 시장이 최종 후보가 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도 주로 야구장 신축 계획에 반대했습니다. 대전 유일 종합운동장인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게 되면 대전 육상계가 고사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2027년 여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 계획이 허 후보의 주요 공약인 점도 작용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힘 최종 대전시장 후보로 선정된 이장우 후보가 ‘돔구장’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대전 동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후보는 지난 16일 대전시의회에서 진행한 체육분야 정책 공약 발표에서 “야구장은 100년 이후 미래를 봐야 한다. 전천후 대형 공연이 가능한 돔구장은 활용도와 효율성이 높다”며 돔구장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후보는 “예산은 1000억 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이 되면 신속히 검토해 유익하다면 설계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돔구장 추진이 정식 공약은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대전의 때 아닌 야구장 논쟁을 지켜보는 야구계 입장은 난감합니다. 올해 신임 KBO 총재가 된 허구연 총재는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자체가 구단의 소중함을 모르고 계속해서 갑질하면 구단은 떠나야 한다. 떠나봐야 소중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면 연고지 이전도 검토하겠다고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사실 허 총재는 해설위원 시절 ‘돔구장’ 예찬론자로도 유명하지만 이보다는 노후 구장의 현대화, 즉 인프라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야구장 신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한화는 또 다시 꼴찌(22일 오전 기준)로 내려앉았습니다. ‘보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한화팬 유권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만합니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KBS 대전방송총국이 마련한 토론회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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