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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노동개혁 추진은 시대정신 읽은 것…고용 유연성 높여야"

[서경이 만난 사람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대담=서정명 산업부장

前정부 '勞 밀어주기' 개혁 퇴행…노동경직성에 생산 손실만 커져

민간 주도 경제 전환 위해선 규제 철폐하고 '법인·상속세' 낮춰야

첨단산업 韓 역할 중요…'안미경중'보다 美 중심 경제안보 전략을





“노동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마침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고용 시장이 유연하지 않으면 결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동 개혁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읽었다고 평하며 고용 유연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는 노동 개혁이 되레 ‘퇴행’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하는 법 개정으로 노사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권 부회장은 “우리나라 노사 관계는 대립적이고 투쟁적이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해고·실업자 노조 가입, 비종사자 사업장 출입 허용,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노동계의 입장이 반영된 입법이 잇따르면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선진적 고용 시장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세계 141개 국가 중 정리해고 비용 116위, 고용·해고 유연성 102위, 노사 협력 130위 등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또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임금 근로자 1000명당 파업 근로손실일수(ILO)는 한국이 38.7일로 일본(0.2일)의 약 194배에 달했다.

권 부회장은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직장 점거를 금지해야 하며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개선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파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항 수단이 없어 생산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노조가 조직화되고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특정 노조 가입이나 파업 참가 강요 등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어 교섭균형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극심한 노사분규와 후진적 노동 규제로 연 평균 근로 손실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약 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의 추산이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것과 관련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파를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언급하며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 만큼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완화, 특히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 자산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커질 경우 적용되는 규제 수가 5개에서 127개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과 세수 증대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한 법인세·상속세 등 기업 세금 부담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함과 동시에 연구개발(R&D)·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적극 확대해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상속세의 경우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으며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적용할 경우 60%로 OECD 1위에 해당한다. 단기적으로 세율을 인하하고 과표를 축소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 승계를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와 투자·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을 지낸 권 부회장은 민간 주도 경제 전환을 위한 소신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정부가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는 “나도 공직에 오래 몸 담았지만 정부 관료들은 민간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데 이것이 규제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 문제”라며 “좋은 의도를 가진 규제라도 일단 규제가 생기면 기업들은 거기에 묶여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이나 심도 있는 연구 없이 추진한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한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 개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네거티브 시스템 의무화 △의원입법 규제 영향 평가 도입 △규제심사제도 내실화 △규제비용관리제 내실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권 부회장은 “신(新)산업 분야의 규제에 네거티브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이며 대부분의 규제는 기존대로 열거된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의 의원 발의 법률안에 규제 영향 분석서를 첨부하는 방안을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반(反)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법령에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조항이 무려 2200개에 달해 기업인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 대표를 혐의만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국회에 불러 윽박지르며 망신을 주는 등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투명·윤리경영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지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제통상 관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 권 부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미 공급망 동맹은 큰 틀에서 경제안보의 한 축으로 안보와 경제의 관계성이 높아진 현재의 국제 정세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존에 효율성을 중시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성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권 부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첨단 산업에서의 동맹 국가 간 공급망 협력을 강조해왔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6세대(6G) 통신 등 미래 기술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한국의 참여가 강화되는 동시에 중국의 견제 역시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한국이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외교 전략으로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고 중국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미국 중심의 경제안보 위주로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김기혁 기자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49년 경북 영천 △대구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19회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증권제도담당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국무총리실 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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