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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한 사람의 이웃'으로 쓴 김훈의 글

■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김훈이 16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내놓았다. 2013년부터 문학동네 계간지에 발표한 6개 단편소설에다 미발표작 ‘48GOP’를 더해 묶은 책이다. 지난 2020년 장편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출간한 후 2년 만의 신작이다.

표제작인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수녀원의 늙은 수녀들과 그들의 편안함 임종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조차도 죽음 앞에서는 본능적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작 ‘48GOP’는 분단 국가의 이념 갈등도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는 미미하다는 사실을 통해 희생의 비극성을 부각시키고, ‘명태와 고래’에서는 남북의 국가폭력이 한 인물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그린다.



각자의 비극을 품은 노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며 외로움을 견디는 ‘저녁 내기 장기’에서는 뻑뻑하고 서글픈 정서를 보편적 노화증세인 안구건조증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훈 특유의 명료한 문체가 이념과 가족, 세월 등에 차츰 깎여나가고 손상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렸나. 냉소적일 정도로 건조한 묘사지만 묘한 애틋함이 감지된다.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글을 쓴다는 김훈은 표지에다 “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고 적었다. 연약한 존재들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혼자인 이들에 전하는 응원이다. 함으로써 홀로 서있는 이들에게 응원과 연민의 메시지를 건넨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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