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우크라이나인은 단 한 가지,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 공격수 올렉산드로 진첸코(맨체스터 시티)의 눈물은 조국 우크라이나를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비장함과 간절함으로 하나 된 우크라이나가 스코틀랜드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는 2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던 파크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PO) 토너먼트 A조 준결승에서 3 대 1로 승리했다. 우크라이나는 결승에서 웨일스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두고 마지막 결전을 펼친다.
유럽 예선 D조에서 2승 6무(승점 12)로 프랑스(5승 3무·승점 18)에 이은 2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는 PO를 통해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했다. PO 준결승 상대는 스코틀랜드. 당초 이 경기는 3개월 전에 치러졌어야 했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6월로 연기됐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파괴되고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나선 진첸코도 자국 기자로부터 전쟁에 관한 질문을 받자 눈물을 쏟았다. 그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단 한 가지,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며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본선 진출의 감격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애절하게 말했다.
진첸코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다짐은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초반부터 의욕적으로 공격을 펼친 우크라이나는 전반 33분 안드리 야르몰렌코(웨스트햄)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후반 4분에는 로만 야렘추크(벤피카)의 헤더 추가골로 점수 차를 벌렸다. 후반 34분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 아르템 도브비크(드니프로)의 추가골로 쐐기를 박았다. 눈물을 쏟았던 진첸코의 도움이었다. 영국 B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국민의 전쟁 상처를 달랜 영웅이 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올렉산드로 페트라코프 우크라이나 감독은 “이 승리는 나를 위한 것도, 선수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참호에서 싸우는 이들, 마지막 피 한 방울을 위해 싸우는 이들을 위해 뛰었다”며 “위대한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뗐다. 아직 웨일스와의 경기가 남았으며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적으로 싸운 스코틀랜드 팬들의 응원도 감동을 줬다. 스코틀랜드축구협회는 홈 관중에게 우크라이나 국가 가사가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스코틀랜드 팬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함께 불렀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경기 후 스코틀랜드축구협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한다, 우크라이나. 우리는 90분 동안 적이었지만 지금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계속해서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6일 오전 1시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본선행 티켓 한 장을 두고 마지막 싸움을 펼친다. 이 경기 승자는 이미 완료된 본선 조 추첨에 따라 잉글랜드, 이란, 미국과 함께 B조에서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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