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독일 뮌헨에 도착했다. 이곳은 BMW 등 완성차 업체, 지멘스·인피니온 등 반도체 관계사들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 업체와 공급망 확대, 인수합병(M&A) 등 경영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전세기는 지난 7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전세기는 이튿날인 8일 오후 4시 50분께 독일 뮌헨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7일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한 뒤 전세기에서 내려 다른 교통편으로 독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에 도착하고도 현지의 삼성SDI 배터리 생산 거점을 들르는 대신 곧바로 독일로 향했다. 그룹의 현지 시설 방문보다 해외 유수 업체들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경영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반도체, 배터리, 이동통신 장비 관련 글로벌 공급망 확대, M&A 기회 모색 등을 위한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뮌헨에는 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의 본사가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지멘스, M&A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자동차·산업·전력용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의 본사도 이곳에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 관련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지난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新)경영 선언’을 내놓은 나라다. 이 부회장이 출국한 7일은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29년 전 이 선언을 공표한 날과 같다. 이 회장은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 중 임원들을 불러 모아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독일 방문에 이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주변 다른 나라도 들를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에인트호번에 있는 장비업체 ASML을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급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EUV 장비는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필수 설비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CEO에게 EUV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ASML은 지난 4일 SNS 자사 계정에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방문 소식을 전한 국내 언론 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삭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ASML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업인 외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에 M&A 후보군인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NXP가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영국에서는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암(ARM) 인수 행보가 주목받는다. 업계에서는 암 인수를 노리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이 부회장과 공동 투자를 논의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 기간은 18일까지 총 12일이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찾은 건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나라 밖을 나간 것도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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