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2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23위)보다 4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해 우리를 선진국 그룹에 편입한 것을 문재인 정부는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상 국가의 실력은 퇴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분야별 경쟁력이다. 5년 동안의 세금 주도 성장으로 나라 곳간에 구멍이 나자 재정 분야는 6계단이나 수직 하락했다. 기업 효율성은 27위에서 33위로 미끄러졌고 기업가 정신 공유도는 35위에서 50위로 고꾸라졌다. 생산성과 노동시장은 5계단씩 떨어진 36위와 42위로 밀려났다.
구조 개혁을 게을리한 경제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새로 출발한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우고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분야의 구조 개혁을 제시했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와 강력한 실행이다. 현실은 외려 거꾸로 흐르고 있다. 당장 여야 정치권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와중에도 권력 다툼에 매몰돼 구조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 화물연대 파업 종식 합의에서 노동계의 안전운임제 연장 주장을 쉽게 수용한 데서 보듯이 정부는 ‘원칙 있는 노동 개혁’을 또 외면했다. 노동계는 위기 앞에서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
더 이상의 경쟁력 추락을 막으려면 정부·국회·기업 등이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부 여당부터 먼저 자신들에게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 것이다. ‘무늬뿐인 재정 준칙’을 통째로 바꾸고 공공 부문의 과감한 수술로 방만함을 털어내야 한다. 여권이 솔선수범해야 야당에 구조 개혁 동참을 요구하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기업도 정부의 규제 개혁만 기다리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가 정신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국회도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구조 개혁을 위한 입법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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