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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한 의원도 모르는 규제법안…'묻지마 입법' 제어장치 서둘러야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2부-'규제 주머니' OUT

尹정부 규제개혁 속도내지만 국회 '발목'

21대 전반기 발의 법안 1.4만건

성과 의식해 가결률도 30%로 올라

졸속 입법으로 규제 '옥상옥' 우려

부작용 감안 '사전평가제' 도입을

여의도 국회 정문 정경/서울경제DB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 의원조차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 포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의원들이 앞다퉈 법안 발의 경쟁만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규제 입법만 쌓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이처럼 ‘묻지마 입법’의 폐해가 커지다 보니 법안 통과 이후 부작용까지 감안한 ‘사전입법영향평가 분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전입법영향평가 분석 제도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 법률 제·개정의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객관적으로 예측·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다수의 유럽 국가가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20년 이상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강해 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 입법은 사전 영향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원입법은 사전 평가 대상이 아니다. 현재 대통령제를 도입한 민주주의 체제 국가 가운데 의원입법의 사전·사후 영향 평가를 모두 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전반기(2020년 5월 30~22년 5월 29일) 2년 동안 의원(위원장 대안 포함)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1만 4831건이다. 19대 전반기(9711건)와 20대 전반기(1만 2675건)를 크게 웃돈다. 의원들의 입법 활동 실적이 곧 발의 건수로 등치되는 시민 단체 평가가 강화되자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경쟁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17대 국회에서는 6387건, 18대 1만 2220건, 19대 1만 6729건, 20대 2만 347건으로 계속 급증했다. 21대 국회도 같은 속도라면 후반기 국회가 끝날 즈음에는 3만 건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건수’만을 중요시한 나머지 현실성에 대한 구체적 검토조차 없이 개정안을 만들거나 기존 법조문에서 단어만 살짝 고쳐 법안을 발의하는 등 ‘실적 부풀리기용’ 입법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지적되지만 의원입법 경쟁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특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법안에 비해 발의 법안 수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결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의안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법률안 통계에서 원안·수정 가결 건수로 가결률을 계산할 경우 15대 국회의 의원 발의 법률안 가결률은 40%였다. 이후 16대 27%, 17대 21%, 18대 14%, 19대 14%, 20대 11%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하지 않는 국회라고 비판을 하자 국회는 가결률 제고에 나섰다. 21대 전반기 의원입법 가결률은 30.4%까지 치솟았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여론의 압박이 부실 입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의회 정치를 일찍 시작한 서구 선진국은 법안 가결률이 높지 않다. 입법조사처의 ‘주요국 의회 법안 가결률’에 따르면 미국은 가결률이 3.0%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5.2%, 6.0%에 불과하다. 입법조사처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입법 수요 증가와 함께 법안 제출 건수가 늘어나 가결률 자체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가결률을 입법 성과의 척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무더기 법안 계류→무더기 임기 만료 자동 폐기’ 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가결률 제고에 신경 쓰기보다는 수준 이하의 법안이 아예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도록 하는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 영향 평가는 법안을 사전에 분석해 그 결과를 법안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법 조문 등 형식적 측면에 대한 검토보다는 입법 목적에 법안이 부합하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등 내용을 검증하기 때문에 가결률은 하락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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