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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30조 적자.. 이게 다 '러시아' 때문이다??[양철민의 경알못]

러시아發 연료 급등에 한전 직격탄 맞은건 사실

탈원전 손실 또한 10조 이상 추정.. 면죄부 줄 수 없어

요금인상 억눌렀던 기재부는 "한전 5년간 뭐했냐"며 내로남불

文 공약 한전공대에 1.6조 투입.. 재무악화 부채질





올 연간 기준 30조원으로 추정되는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는 모두 ‘탈원전’ 때문일까. 사실 한전의 적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연료비 급등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글로벌 유가는 1년전 대비 2배 이상 치솟았으며 석탄과 액화쳔연가스(LNG) 가격은 같은 기간 3배이상 뛰었다.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이유가 러시아라는 지적이 ‘맞는 말’인 이유다.

그렇다고 탈원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전 적자의 3분의 1 가량은 탈원전 탓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및 묻지마 신재생 보급 정책으로 값비싼 LNG 의존도가 늘어나며, 한전의 올해 손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만 6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전 정부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가 인상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전의 요금을 동결 한채 올 10월에나 연간 인상분을 모두 반영토록 했다. 정부는 이에 따른 한전의 손실만 5조원 내외로 파악 중이다. 매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1kWh당 ±3원)를 올해 두차례 동결한 것 또한 문재인 정부다. 결국 ‘오늘만 살았던’ 이전 정부 때문에, ‘내일도 살아야 하는’ 한전은 물론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는 모습이다.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만 6조 육박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은 간접 추정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700MW)를 비롯해 신한울1호기(1.4GW)·신한울2호기(1.4GW)·신고리5호기(1.4GW) 등 총 4.9GW 규모의 원전이 올 1분기 가동 중이어야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거나 조기폐쇄된 상황이다. 이들 원전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이들 원전 4기가 이용률 85%로 올 1분기 가동됐다 가정할 경우 9121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올 1분기 원전의 발전단가가 1kWh당 62.9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력을 원전으로 생산 시 5737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같은량의 전력을 LNG로 생산할 경우 LNG 발전단가가 223.5원이라는 점에서 2조38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원전이 LNG 발전을 대체했을 경우 올 1분기에만 1조5000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구조다. 탈원전만 없었더라면 단순 추정시 연간 6조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셈이다.

전기료 억누른 정부.. 한전 손실 5조 추가 늘어


올 1분기 전기료는 기준연료비 인상분 9.8원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을 더해 1kWh당 11.8원이 인상돼야 했다. 반면 정부는 물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1분기 요금을 동결했다. 당시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요금을 억눌렀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전기료를 올 2분기부터 1kWh당 6.9원 올리고, 애초 반영했어야 할 11.8원의 인상분은 4분기 부터 모두 반영토록 했다.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전기료를 전례가 없을 정도의 ‘고차함수’로 탈바꿈 시켰다.

그나마 한전은 4월부터 석달간 적용되는 전기요금은 1kWh당 33.8원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동결카드를 꺼냈다.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요금 인상 시점 조정으로 한전이 입은 손실만 5조원 정도로 추산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제부처의 맏형인 기재부가 요금 인상을 억눌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난 20일 발언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이 아닌, 전기료 동결을 주도했던 기재부가 성과급을 반납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文 공약 이행 위해.. 한전공대에 1.6조 투입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씀씀이도 이전 정권에서 늘렸다. 한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에 향후 10년간 1조60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 팔을 비튼다’는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기료에서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전략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기도 했다. 빚을 갚기 위해 국내 부동산 및 해외 발전소 등 핵심 자산 매각에 나선 한전이, 한전공대에는 매년 수백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NDC 상향에.. 전력망에만 30.5조 추가 투입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전력망 투자 부담도 기존 대비 30조5000억원 늘려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전력 계통 혁신 방안’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30년까지 총 78조 원을 들여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기존에는 송·변전 설비 투자 23조 4000억 원과 배전 설비투자 24조 1000억 원을 합쳐 47조 5000억 원의 예산만 투입하면 됐지만, 이전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며 30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NDC 상향은 문 대통령의 ‘자책골'이었다는 비난이 여전하다. NDC 상향과 관련해 ‘부담은 해당 국가가, 수혜는 모든 국가가’ 입는다는 이유로, 주요 국들은 NDC 상향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친환경 선도국가’라는 허울좋은 이름값을 없기 위해 NDC 상향을 밀어붙였다. 이같은 NDC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발전 간헐성이 큰 신재생 발전을 급속히 늘릴 수밖에 없어, 이를 제어해 줄 전력계통망 부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전이 향후 계통망 구축에 투입해야하는 비용 30조원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추정치와 맞먹는다. 한전이 망 구축은 게을리하고 빚 갚기에만 올인할 경우, NDC 상향 등에 따른 영향으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근시안적 탈원전 정책에.. 후세대 부담↑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한다. 문 정부는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위험인 ‘회색코뿔소’도,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인 ‘검은백조(블랙스완)’도 모두 발생할 수 없는 변수로 치부한 채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실제 탈원전과 신재생 급과속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는 누구든 예측 가능한 회색코뿔소였다. 원전 발전 비중은 5년새 2.6%포인트 줄고, 그 빈자리는 발전 비중이 6.8%포인트 늘어난 LNG가 메웠다. 신재생의 발전 비중은 같은기간 2.7%포인트 늘긴 했지만, 기후나 시간대에 달라 좌우되는 간헐성 제어를 위해 LNG의 발전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 값비싼 LNG 사용을 늘림에 따라 전기요금을 당연히 인상해야 했지만, 문 정부는 ‘탈원전에도 요금인상은 없다’는 공약(空約)을 지키기 위해 요금을 억눌렀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는 ‘친환경 도그마’에 빠져 현실이 아닌 이상으로 점철된 정책을 밀어붙였으며 이에 반대하는 공무원은 좌천시키거나 적폐로 몰고 갔다”며 “한전의 실적이야말로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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