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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력정지에도 대체입법 없어 '사법 혼란'

지속되는 낙태죄 논란

기소·항소 반복 속 법원선 '무죄'

여론 눈치에 국회는 '나몰라라'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의 이설아 대표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를 골자로 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폐기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의 효력이 정지됐지만 검찰의 기소와 피의 항소가 이어지면서 사법 기능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회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대체 입법을 외면한 사이 무죄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7일 사법연감에 따르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인 2020년과 2021년 낙태죄 기소는 각각 2건이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2019년에는 14건이었다.

법조계는 낙태죄 가운데 헌법불합치 결정에 해당하지 않는 조항에 적용되거나 대체 입법을 예상해 검찰이 기소한 경우로 보고 있다. 피의자가 당사자 요구를 받고 낙태를 도운 비의료진이거나 의료진 중에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적용되지 않은 간호조무사 등이라는 것이다.

생명사랑국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2019년 4월 임신 여성(자기낙태) 및 의사에 대한 낙태죄(의사의 업무상 촉탁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법상 낙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269조 1항), 부탁을 받고 낙태를 한 의사 등에게 2년 이하의 징역(270조 1항)을 선고할 수 있는데 여성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위헌이라고 봤다. 다만 헌재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2020년 말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국회에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하지만 국회가 3년 넘게 대체 입법을 외면하면서 낙태죄는 효력을 잃은 상태로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항이 있어도 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지 않는 ‘죽은 조항’이 된 셈이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2020년 1건, 2021년 4건 등 2년간 5건의 항소심을 접수했다.

정치권이 대체 입법 작업에 손을 놓으면서 혼선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낙태가 여성계·의료계·종교계에서 찬반이 팽팽히 갈리는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국회가 총선·대선·지방선거를 의식해 차일피일 논의를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낙태죄 완전 폐지, 낙태 허용 기간을 10~24주로 제한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체 입법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들은 장기간 표류하거나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헌법 전문가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낙태 처벌을 둘러싼 혼란을 키웠다”며 “대체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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