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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을 삼킨 플랫폼 트위터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알고리즘, 가짜 계정 등 머스크의 흠집잡기

플랫폼의 중립성,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

머스크의 인수 철회에 트위터 법적 소송 예고

법적 공방 길어지면 트위터 플랫폼에도 리스크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올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시도에 트위터가 먼저 꺼내든 카드는 '포이즌 필(독약 처방)'이었다.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로 결의한 것이었다. 강제적으로 트위터 주가를 떨어뜨리는 포이즌 필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인수 매물로 나와 경영진과 이사회에 우호적인 인수자(백기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트위터 이사회는 독약을 삼키거나 다른 인수자를 찾는 대신 머스크가 제시한 44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트위터 이사회는 나름의 계산으로 움직였겠지만 트위터 플랫폼에 있어서는 결국 독약을 삼킨 꼴이 됐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사들이기로 결심한 올 초만 해도 플랫폼 비즈니스는 투자자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이 많았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발언권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누린 만큼 누구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존 주가에 38%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를 제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기술주의 잠재력이 시장 가치로 인정되던 시기가 끝났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들을 만날 때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요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사람을 모아 시장을 선점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이들도 지금은 탄탄한 고객사가 있고 따박따박 고정 수익이 들어오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 달 초 경기 침체를 언급하며 테슬라의 감원 계획을 예고했다.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이전부터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측이 비자야 가데 트위터 최고법률책임자(CLO) 앞으로 보낸 계약 철회 의사를 담은 서한 /사진 제공=미 증권거래위원회


모든 인수 거래가 가격을 깎을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방어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그 사이 오가는 모든 논의들이 낱낱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플랫폼이 아무리 중립성과 투명성을 지향한다고 해도 회사에는 고유의 영업 기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트위터가 마주하게 된 상대는 머스크였다. 그는 트위터 인수 의사를 피력했던 당시 7000만 여명의 팔로워(현재 1억 여명)도 협상 테이블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처음에는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이어 트위터를 구성하는 가짜 계정의 비율과 추산 방식, 또 가짜 계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삭제하는 지를 요구했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트위터 개인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공적인 발언을 자제하던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머스크와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 플랫폼의 실사를 이유로 여러 정보를 요구하며 요리조리 뜯어본 뒤 결국 인수 철회를 통보했다. 두 달 간 머스크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사이 트위터는 망가진 장난감 처지가 됐다. 트위터가 가짜 계정 비중을 5% 미만이 아니라 10% 미만이라고 해도 머스크 측은 계속해서 의구심을 제시하면서 시장 신뢰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해 소셜미디어의 원조로 불리는 트위터는 2011년 아랍의 봄에 이어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도 눈에 띄는 공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한 바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의 위험성을 알고도 방임했다는 내용이 공개됐을 때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의 이미지가 추락할 때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중의 머릿속에는 트위터 하면 머스크와 가짜 계정이 떠오르게 됐다. 내부 직원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16년 간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오물이 튀는 건 순식간이었다.



트위터는 머스크에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법적 다툼을 불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머스크가 예상한 그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법적 공방 과정에서 트위터의 세세한 수치와 서비스 작동 방식 등이 낱낱이 공개돼 국민적 검증을 받는 과정이 남았다. 이를 해명해야 하는 쪽은 트위터 측이다. 트위터로서는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트위터의 경영상 리스크는 물론 플랫폼으로서의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다툼이 끝나고 나면 머스크는 아무도 트위터를 사고 싶어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반면 그 자신은 잃은 게 없다. 10억 달러 가량의 위약금을 지불한다고 해도 이미 트위터 인수 의향을 밝혔던 시점부터 추가로 확보한 3000만 명의 팔로워와 세계 1위 부자로서 가진 자신의 힘을 전세계에 알린 상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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