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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빵빵하게 올려준 대기업…1인당 영업익 따져보니

[임금인상의 역습]

■ 임금인상發 인플레 우려 고조

전년 6.6% 대비 두배 이상 급등

고용은 1.72% 증가 그쳐 제자리

실적우려에 주가 하락 악순환도







시가총액 상위권 내 대기업 직원들의 상반기 임금이 지난해보다 15% 급등했다. 전년(6.6%) 대비 2배를 웃돈다. 대기업 직원들의 몸값은 부쩍 높아졌지만 1인당 영업이익은 되레 후퇴했다. 인건비 상승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면서 추가 고용도 줄어드는 연쇄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서울경제가 집계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지주사 제외)의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전 연도 상승률(6.6%)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기업별로 지난 1년간 직원 평균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83%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었다. 성과급을 대거 지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는 대개 업황과 급여가 연동되는 데다 매출 규모에 비해 직원 수가 적어 급여 수준이 타 업계보다 월등히 높은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2위는 성과급 인상 경쟁을 벌였던 SK하이닉스(38%)였다. 이 밖에 두산에너빌리티(33%), LG화학(24%), LG전자(066570)(22%) 등 제조 기업을 비롯해 카카오뱅크(22%), 카카오(13%)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005930)는 6%를 기록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가장 높았던 건 카카오뱅크(1억 200만 원)였다. 2위와 3위는 각각 9400만 원, 8900만 원을 수령한 카카오·신한지주가 차지했다.

그러나 주요 기업 임금 인상의 온기가 고용에까지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시총 상위 20개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는 38만 259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7만 6133명)보다 1.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 연도 증가율(2.8%)도 밑돌았다. SK이노베이션(-47%)을 비롯해 LG전자(-11%), 현대차(005380)(-2%) 등 주요 제조 기업들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고용을 꺼리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임금 인상을 뒷받침할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20개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1인당 영업이익은 전년 상반기보다 2.84% 후퇴했다. 노동생산성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1~2021년) 전체 상장사 직원 1인당 평균 연간 총급여는 5593만 원에서 8016만 원으로 43.3%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 증가율 12.5%의 약 3.5배에 달한다.

높아진 인건비에 따른 부담은 상장사들의 주가도 짓누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10~15%대의 경쟁적 임금 상승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모두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부담에 시달렸던 조선주도 부진이 깊었다. 지난달 증시에 상장된 조선 4사(한국조선해양(009540)·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042660))는 평균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이 실적과 인건비를 보전하려고 제품 가격을 올리니 그것이 또 물가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4%가량으로 높아지고 가격 인상 품목의 비중도 80%로 커지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 상승률보다 더 많이 임금을 올려 생산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다 보니 주가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경쟁적인 임금 인상보다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함께 감안해서 임금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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