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통화 긴축과 중국의 경기 둔화, 무역적자 확대 등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하루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330원을 넘어 1340원까지 연거푸 돌파했다.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고삐 풀린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무역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며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원 90전 오른 1339원 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40원 20전까지 상승하면서 2009년 4월 29일(1357원 5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장 초반부터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어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수지마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 17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로써 올해 누적 적자는 254억 7000만 달러로 늘며 역대 최대였던 1996년 연간 적자 규모(206억 24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달러화 강세와 함께 위안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1350원 돌파는 시간문제이고 연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 효과는 거의 없는 대신 수입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만 안기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계속 풀면서 원화 약세가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마저 비상등이 켜졌다. 지나친 원화 가치 하락은 기업 매출 증대 효과보다는 원자재 도입과 외화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 가중이라는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항공·철강 업계와 원자재를 단기로 계약해 들여오는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적자에 외화 유출이 계속되는데 외환보유액은 줄고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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