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죄질에 비해 과도한 처벌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던 형벌 조항 32개를 행정제재로 바꾸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간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확대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경제형벌 개선 추진 계획 및 1차 개선 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 한 줄의 규제에 기업 생사가 갈릴 수 있다”며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뛸 수 있도록 방해되는 제도와 요소를 제거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개 부처 소관 17개 법률상 총 32개 형벌 조항이 ‘비(非)범죄화’되거나 형벌로 유지되더라도 형량을 감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기업인의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 조항이 대거 개정된다. 지주회사 설립 및 사업 내용 보고 등을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126조가 대표 사례다. 현행 법에는 기업인이 단순 착오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기업 총수에게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016년 그룹 계열사 5개를 누락 신고했다가 벌금 1억 원에 약식 기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단순 누락에 대한 벌금 부과 규정을 과태료 부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공사 시행 인가 없이 물류터미널 공사를 시행한 자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렸던 물류시설법(국토부) 65조도 사실상 삭제된다.
이 밖에 기업 투자 결정 때 과도한 부담을 안겼던 환경영향평가도 개편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해 소규모 공원이나 농로 조성 등 환경 영향이 미미한 사업들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번 1차 과제에 대한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추가 민간 의견 수렴을 통해 2차 개선 과제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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