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 상반기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반영하고도 해외 주식 투자에서 35조원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2027년까지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기금 운용 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29일 공시한 6월까지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12.59%다. 서울경제가 확인한 결과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등의 외화 자산 가치는 원화로 환산돼 수익률을 산정했다. 올 상반기 강달러가 지속된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사들인 해외 주식의 실제 수익률은 훨씬 나빴는데 환율 상승이 상당 부분 이를 상쇄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 주식은 미국 애플로 0.23%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평가액은 7조 8637억 원에 달했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7조 5664억 원)와 아마존(4조 4387억 원), 알파벳 클래스A(3조 9506억 원), 알파벳 클래스C(3조 3510억 원), 메타(3조 2488억 원) 등의 보유 주식 평가액이 커 국민연금이 투자한 해외주식 상당 부분이 미국에 쏠려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서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100% 환오픈 전략을 택하고 있어 환율 상승 국면에서 적잖은 이익을 챙겼지만 해외 주식 투자 및 운용 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거세지게 됐다. 올 상반기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해외 주식 비중은 26.7%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과 비교해 1%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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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9%가량 상승했는데도 상반기 수익률이 -12.6%에 이르자 이대로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상반기에 해외주식에서만 35조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6월 말 보유한 총 해외주식 평가액은 235조 8000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2027년까지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 40.3%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열린 8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선 2025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55% 이상 늘리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 지분율을 1%포인트 가량 낮춘 후 올 들어 지분(8.53%)을 늘리지 않고 있는 행보 등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적이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이 900조원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운용하다 상반기에만 평가 손실로 77조원을 날렸고 대체 투자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은 더 컸을 수 있다” 면서 “해외 투자는 국내에 비해 위험이 더 많고, 고도의 운용 전문성 역시 요구되는 만큼 기금운용본부 운용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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