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의 신스틸러, 변기태의 전사를 다룬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마침 딱 좋은 작품이 있다.
'수리남'(연출 윤종빈)은 실존 인물 조봉행 씨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하며 '마약왕'으로 불렸던 인물. 전 세계로 마약 사업을 펼치려다 인터폴 수배 명단에까지 올랐고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까지 나선 공조 첩보작전 끝에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붙잡혔다.
극중 하정우가 연기한 국정원 내부첩자 강인구 역시 실화 속 인물 'K'가 배경이 됐다. 목숨을 잃을 뻔하면서도 조봉행을 끝내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수리남에서 인근 국가인 브라질로 유인하는 작전을 성공시킨 일반인이다. 드라마보다 더욱 영화같다고 소문난 실화로 몰입감을 높인 '수리남'은 공개일인 지난 7일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수리남'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캐릭터가 바로 변기태다. 전요환 목사(황정민)을 곁에서 맹목적으로 따르는 조선족 출신 전도사로, 차이나타운의 보스 첸진(장첸)을 배신하고 전요환에게 넘어온 조직원이다. 전요환의 온갖 지저분한 뒤처리를 도맡으며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조우진은 변기태 역을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선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어와 조선족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 극 전 후반 목소리 톤과 숨소리 하나까지 바꾸어가며 자신이 맡은 변기태(혹은 아무도 몰랐던 정체)라는 인물에 대해 엄청난 반전을 선사했다. 변기태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전사가 잘 알려지지 않아 팬들이 변기태 버전 스핀오프 시리즈를 보고싶다며 관심을 폭발시키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조우진 표 변기태를 비슷하게나마 만나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2018년 말 관객을 찾았던 영화 '마약왕'은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와 함께 영화 '내부자들'을 찍었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김대명, 이희준, 윤제문, 김소진, 이성민, 김홍파, 김해곤, 김종수, 박지환, 이중옥, 최덕문, 이봉련, 최귀화 등 내로라하는 충무로 연기파는 다 모였지만 당시에는 흥행 참패를 맞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조명이 필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조우진이다. 조우진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조 상무로 마침내 빛을 보는 데 성공한다. 당시 이병헌 배우도 연기력을 극찬했던 조우진은 다시 우민호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마약왕'(2018)에 캐스팅된다.
조우진이 연기한 조성강은 부산 최대 범죄 조직 성강파의 보스로,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이 마약 사업을 넓히기 위해 찾아간 인물이다. 처음 찾아갔을 때 이미 마약에 많이 취한 듯 동공이 풀려있고 말투도 힘이 없다. 하지만 이두삼의 또 다른 동업자인 최진필(이희준)은 "조폭들과는 엮이지 말라"며 이두삼에게 경고한다. 최진필의 말대로 극 중반부 조성강이 이두삼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고. 이두삼과 조성강은 결국 갈라서게 된다.
'마약왕'에서 조우진은 전작 '내부자들'에 이어 또 한 번 강렬함을 선사하는 데 성공한다. 온 몸에 문신 분장을 하기도 했고 이 작품을 위해 8kg이나 감량해 한층 더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 이두삼과 갈라선 뒤 목욕탕에서 맨몸으로 싸우는 액션씬이 압권이다.
영화 '마약왕'은 '수리남'처럼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기도 하다. 70년대 실제 있었던 마약 사건에서 대부분 모티브를 가져왔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두삼은 '부산의 마약왕'으로 불렸던 이황순 사건이 배경이다. 극 후반 경찰들이 쫓아오자 엽총을 난사했던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원래 이두삼 역은 이병헌에게 제안될 뻔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병헌은 '마약왕' 대신 '남산의 부장들'에서 우민호 감독과 재회해 그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메인 테마였던 정훈희의 곡 '안개'가 이 영화에서도 테마로 등장해 1970년대 분위기를 살린다. 비록 개봉 당시에는 흥행이 안 됐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여러모로 재조명해 봄직한 영화다.
◆시식평 - ‘마약’과도 같은 조우진이란 배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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