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주요 통화인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킹달러’ 앞에 연일 추락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1997년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달러당 144~145엔 수준인 엔·달러 환율이 150엔에 이르는 상황이 외환위기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는 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과 중국에서 외국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4.9%, 위안화 가치(역내 기준)는 12.2% 각각 곤두박질쳤다. 일본 엔화는 지난주 당국의 직접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장중 달러당 144엔대까지 떨어졌으며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위안화 가치 약세) 달러당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문제는 두 통화의 약세가 아시아 시장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위안화와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본 엔화의 추락이 동남아시아 시장 전체의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 증시에서는 올 들어 440억 달러의 외국 자금이 유출됐으며 인도와 한국 증시에서도 각각 200억 달러, 137억 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인도네시아는 채권시장에서만 8억 2000달러가 빠져나갔다.
싱가포르 DBS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타이무르 바이그는 “아시아 국가들에는 고금리보다 환율 급등(통화가치 하락)이 더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두 통화의 가치 급락으로 다른 동남아 국가 통화의 가치 급락에 베팅한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대규모 자본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진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150엔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의 트리거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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