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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비용 20~40% 껑충…美 공장인수 차질 빚고, 지분투자 주춤

[K바이오, 해외 M&A 비상]

◆킹달러에 M&A 자금 눈덩이

바이오 특성상 M&A가 성장 동력

2~3개월 늦으면 경쟁력 2~3년 뚝

고금리에 원자재값 상승 덮치며

자금조달 부담 갈수록 커지지만

포기땐 미래 위기…딜 실행해야





달러 가치가 연일 치솟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크로스보더 인수합병(해외 기업 M&A)’ 비용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M&A 진행이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경우도 잦아져 성장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세계 주요국이 국가 차원의 육성 전략을 경쟁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두세 달 늦는 것이 훗날 2~3년 뒤처지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환율 급등으로 자금 모집이 늦어지고 있다”며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쳐 2~3개월 늦어지면 나중에는 선진 기업과 더 큰 격차가 발생해 따라잡을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뿐 아니라 롯데바이오로직스·동아에스티(170900)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 기업 M&A 비용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계약 당시보다 많게는 10% 이상 상승하면서 비용이 늘어난 것은 물론 자금 조달 환경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킹달러’로 미국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방법까지 바꿨다. 사실 이 회사가 올 7월 메리디언 지분 100%를 15억 3199만 달러(주당 34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은 있었다. 당시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 역시 온라인 간담회에서 “(환율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금이 미국 진출의 최적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기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금이 적절한 M&A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산업은 투자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 채널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펀드레이징과 반독점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인수 완료 시기도 결국 내년 초로 지연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 5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1억 6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당시의 1288원보다 11%가량 높아 인수 대금 역시 그만큼 늘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환율 변동과는 별도로 현지의 여러 변수 때문에 당초 10월 말로 예정했던 인수 마무리 시점을 12월 말로 연기했다. 올 5월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미뤄진 기간 동안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지주(004990)는 당초 이달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할 자금 2000억 원을 유상증자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하기도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 계약과 동시에 BMS로부터 3년간의 위탁 생산 일감을 받았으므로 달러화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라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해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기술수출과 지분 취득을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환율 변동이 변수로 떠올랐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2형 당뇨병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DA-1241’과 비만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DA-1726’의 독점 개발권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 판매권을 뉴로보에 이전하고 계약금 2200만 달러를 뉴로보의 전환우선주로 받기로 계약했다. 이후 뉴로보가 이달 일반 공모로 1500만 달러를 유상증자하는 데 성공하면 동아에스티가 별도로 1500만 달러를 투입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이번 계약의 내용이다. 뉴로보가 일반 공모를 진행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면 동아에스티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 뉴로보는 공모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성공적 자금 조달을 위해 양사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디포스트(078160)는 올 5월 캐나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옴니아바이오에 2027년까지 투자해 지분 53.7%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포스트는 원·캐나다달러 환율이 984원이던 7월 구주 매입을 통해 이 회사 지분 39.6%를 3000만 캐나다달러에 매입해 환율 영향은 일단 피했다. 하지만 내년까지 45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사들여야 해 인수 대금이 언제 어떻게 늘어날지 모른다. 원·캐나다달러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마찬가지 방향으로 움직여 현재 1039원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환율뿐 아니라 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었고 원자재 가격까지 높아져 실제 M&A 비용은 과거에 비해 20~4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M&A를 포기할 경우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한 딜은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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