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본사를 두고 5조7000억 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활동, 도박장소 등 개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 혐의로 국내 책임자 A(59)씨 등 20명을 구속하고, 모집책 B(56)씨 등 171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중국과 국내에 콜센터를 두고 5조70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불법 도박사이트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도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중국 본사와 실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국내 본사 체제로 운영됐다. 국내 본사 아래에는 도박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과 도박 게임을 제공하는 불법 성인 PC방 등을 두는 '피라미드식 다단계' 구조로 영업했다.
도박 수익금은 중국 본사부터 불법 성인 PC방까지 차등을 둬 분배됐고 환전·인출 조직도 수수료를 받았다. 중국 본사가 도박 수익금의 12.7%를 수수료로 챙겼으며 국내 본사 10.3%, 총판 9.6%, 매장 8.9%, 환전·인출 조직 5%씩 나눠 가졌다.
이들은 고스톱·홀덤·슬롯 등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게임머니를 충전하거나 회원을 모집해 관리하는 국내 콜센터 사무실을 수시로 옮겨 압수수색에 대비했다.
경찰은 도박 자금이 입금된 은행 계좌를 분석해 범죄 수익금이 655억 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A씨 등이 보유한 차명 부동산과 예금, 자동차 등 67억 원을 찾아내 몰수·추징 보전했다. 또 피의자들은 검거에 대비해 차량 블랙박스 내용을 초기화하거나 보안에 강한 아이폰을 주로 사용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아이폰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중국 총책이 2011년 발생한 '김제 마늘밭 110억 원 은닉' 사건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김제 마늘밭의 주인 부부가 주범인 처남으로부터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 110억여 원을 받아 땅에 묻었다가 적발돼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은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총책의 신원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앞으로도 조직적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하면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범죄수익도 환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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