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이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채무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새출발기금과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금융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상 차주들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연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개인채무조정제도가 비교적 촘촘하게 짜여 있다고는 하나 ‘금융 위기’까지 언급되는 급박한 상황인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올해 3분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만 2761건으로 전 분기(4~6월)보다 1402건(6.6%) 늘었다. 1분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2만 428건인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분기마다 신청 건수는 계속 늘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1만 9692건)과 비교하면 15.6%나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회생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2.1%나 늘어 연령대별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포스트코로나로 경기가 정상화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현상으로 개인들이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급전이 필요한 개인들이 가장 손쉽게 이용하는 카드론 이용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지주 계열 카드사의 올해 3분기 카드론 이용 실적은 19조 772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660억 원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3700억 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의 급증은 개인 연체율 상승에 선행해 나타난다. 금융권에서는 이자 부담으로 은행 신용대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카드론 이용이 늘어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대출 규제에도 카드론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이자나 생활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20대 등 소득이 적은 취약 차주들이 한계에 달하면 연체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등 젊은 층의 소액 대출이 많은 새마을금고 대학로 지점의 연체율은 12.9%까지 치솟았고 노량진 지점도 10.23%를 기록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중단된 후에는 개인 부실 채무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기존 채무조정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금융기관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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