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주담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정금리 상품은 금융 당국에서 가산금리에 압박을 가하며 고정금리 상품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내년까지 이 같은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주담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하나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5.111~5.7111%를 기록했다. 이날 주담대 변동금리는 6.275~6.875%였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상·하단 모두 1.16%포인트나 낮았다. 우리은행 역시 주담대 고정금리가 5.47~6.47%로 변동금리(6.33~7.13%)보다 상단은 0.66%포인트, 하단은 0.86%포인트 낮았다. KB국민은행은 상·하단 모두 0.57%포인트, 신한은행은 상단만 0.28%포인트 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7월 말까지만 해도 4대 은행 중 신한·하나은행만 주담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넘어서는 깜짝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다만 격차는 0.019~0.28%포인트에 그쳤다. 4개월여 만에 4대 은행 모두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격차도 최대 1%포인트대로 벌어진 셈이다.
통상 은행권은 주담대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높게 책정한다. 장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이에 따라 코픽스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만 해도 3.98%로 한 달 새 0.58%포인트나 올랐다. 2010년 코픽스가 공시된 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상승 폭 또한 공시 이후 최고로 높았다.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16일 기준 4.961%로 레고랜드발 사태 직후 5.467%까지 올랐다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내년에도 이 같은 역전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돼 결정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년에도 당분간 인상되고 이로 인해 은행 간 예적금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코픽스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6개월마다 주담대 금리 갱신 시 100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며 “1%대인 중도상환수수료를 따져도 지금 고정금리를 선택한 후 금리 하락 시기에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금리 상승 시기 고정금리 상품의 판매 확대를 권하고 있는 점도 주담대 고정금리·변동금리 간 역전 현상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하나은행의 경우 주담대 고정금리에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보다 1.437%포인트 더 낮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신규로 주담대를 받으려고 한다면 고정금리로 받는 게 유리하다”며 “현장에서도 고정금리가 많이 취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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