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최대 이변의 팀인 모로코의 돌풍이 결승 문턱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사자’들이 카타르 사막에 남긴 발자국은 크고 선명했다.
모로코는 15일(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0 대 2로 패했다.
아틀라스산맥이 유명해 아틀라스의 사자로 불리는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언더독’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 대회 준우승 크로아티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와 한 조에 속하면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F조 1위(승점 7·2승 1무)로 16강에 진출했다. 이후 16강에서 스페인, 8강에서 포르투갈을 차례로 제압해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월드컵 준결승까지 올랐다.
다음은 ‘제3대륙 최초’ 결승 도전이었다. 경기 전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은 “이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야심이 넘치는 팀으로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8강까지 5경기에서 1실점이 전부였던 모로코는 프랑스에 2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도전은 멈춰 섰지만 전 세계 외신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 매체 아이뉴스는 “모로코가 패했지만 우리는 그들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이 세대는 월드컵의 한 세기 동안 준결승에 오른 유일한 아프리카 선수단”이라며 “이미 역사책에 이름을 쓴 이들에게 이것은 끝이 아니다”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로코의 질주는 20년 전 한국과 닮았다. 4강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당 0.5 실점으로 숨 막히는 질식 수비를 자랑한 모로코는 2002년 한일 대회 한국의 ‘압박 축구’를 떠올리게 했다. 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것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고 올라왔다는 것도 비슷하다. 유럽·남미를 제외한 제3대륙이 월드컵 4강에 오른 것도 2002년 한국(4위) 이후 20년 만이다. 그전에는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미국이 유일하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4위 결정전이 남았다. 상대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0 대 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크로아티아다. 라크라키 감독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동안 못 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라며 “3위를 목표로 하겠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18일 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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