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경기도 강화도·김포에서부터 서울 북부 일부 지역에까지 무인기 남침 도발을 감행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아직 이들 기체의 침범 항적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튿날에는 우리 군이 수도권 일대를 나는 새 떼를 무인기일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식별을 위해 대응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비행 중인 아군 항공기를 보고 놀란 한 지방자치단체가 재난문자를 보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의 무인기 대응체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음이 드러났다. 가장 기본적인 탐지, 요격체계는 물론이고 대국민 경보나 안전 공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허점이 나타났다. 그 틈을 이용해 김정은 북한 정권은 미사일 시험발사나 대규모 사격훈련과 같은 재래식 도발보다 훨씬 값싼 무인기 몇 대만으로 대남 혼란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 됐다.
27일 정치권 등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리 군 및 정보기관은 전날 우리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들의 세밀한 이동 경로와 제원, 도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우리 군이 확보한 탐지 데이터 등에는 해당 무인기들의 항적이 완전히 포착돼 있지 않아 정확히 언제 어느 지점에서 발진했으며 우리 측 영공 침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 분석하는 데 적지 않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식이면 소형 드론에 또 뚫린다는 얘기다.
우리 군이 아직 세부 항적을 완전히 맞히지 못하는 사정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남침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실 및 국방부 청사가 있는 용산 일대 상공까지 비행해 촬영하고 북측으로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용산 상공을 비행한 (북한 무인기의) 항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복수의 전·현직 군 관계자들도 광화문에서부터 용산 일대의 주요 시설 및 기관 일대로 무인기가 잠입하는 것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지역 인근에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드론 대응체계가 운용되고 있고, 정밀한 분해능(해상도)의 장거리 탐지 레이더를 갖춘 패트리엇미사일 포대 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미터급 크기의 어지간한 비행체는 거의 다 탐지·식별된다는 것이다.
다만 고층 아파트나 빌딩이 운집한 민간 주거지 인근의 경우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인해 방공체계를 촘촘히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소형 무인기는 방공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합참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군이 갖춘 방공체계로는 3m급 이하 크기의 물체를 정확히 탐지해 식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탐지·식별 이후의 대응체계도 총체적 난국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를 포착하고 공군 항공기 및 육군 공격헬기 등을 출격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공군의 강원도 원주기지 소속 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 ‘KA-1 웅비’가 이륙 중 추락했다. 육군 공격헬기는 교동도 일대 상공에서 북한 드론에 대해 20㎜ 기관포를 100발 쏘았으나 조준사격을 하지 않고 쏜 탓에 맞히지 못했다.
지상에서 적의 무인기를 비롯해 주요 항공기 등을 요격하기 위한 무기체계(비호복합 등)를 운용하고 있으나 무인기들은 지상 방공 무기체계들의 탐지 범위 및 교전 거리 밖으로 이동해 지상에서 사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지방공레이더 및 열영상장비(TOD)로 북한의 무인기를 포착했지만 지상의 무기체계와 연동돼 합동 요격을 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대국민 경보나 공지 측면에서는 뒷북·엇박자 논란일 일고 있다. 군은 무인기 의심 항적을 탐지한 후 레이더·광학장비·육안 등을 통해 해당 항적이 무인기의 비행 신호임을 확인해 추적, 사격했다. 그러나 전방에서 격파 사격에 실패해 김포·강화도는 물론이고 민간 주거 지역 등이 있는 도봉구·은평구 서울 북부 지역으로까지 무인기가 날아다녔다. 대국민 공지나 경보도 없었다.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군의 대비 태세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newsroom@sedaily.com
